고속도로카드는 되는데, 교통카드는 왜 안돼?
LG CNS 등 719억 원 이자 “꿀꺽”
2011-05-30 이지영 기자
사례1 “교통카드 잔액, 대체 환불 받을 수 있긴 한건가요?”
직장인 이모(25·여)씨는 최근 방정리를 하다 나온 교통카드의 잔액을 환불 받기 위해 판매처를 찾았다. 그러나 이씨가 교통카드 잔액을 환불받기는 쉽지 않았다. 이씨는 “남아있는 잔액이 5000원 정도지만, 그래도 환불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환불받기 너무 까다롭고 힘들어서 포기했다”라고 전했다.
사례2 “환불해 주세요.”
“현금으로 돌려드릴까요? 아니면 선불 하이패스교통카드에 충전해 드릴까요?”
자동차를 정리하다 안쓰는 고속도로카드를 발견한 김모(45)씨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잔액 2만 원을 쉽게 환불받았다. 김씨는 “뉴스와 라디오에서 사용하지 않는 고속도로카드 잔액을 환불 받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고속도로 전광판 등에서 환불 받으라는 문구를 보지 않았다면 무심코 잊고 넘어갈 뻔 했는데, 공돈 생긴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잠자는 돈, 뚜벅이 서민만 피해 봐
한국도로공사(사장 류철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1일 사용 중지된 고속도로카드의 미사용 잔액은 337억 원. 한국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1일 사용 중지된 고속도로카드의 미사용 잔액을 환불한 결과 모두 81억 원을 환불했고, 계속해서 환불해 고속도로카드 미사용 잔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도로공사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고속도로카드 미사용 잔액을 찾아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스마트카드는 미사용 잔액 환불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통카드를 판매 하는 곳은 다양한데 반해 환불해주는 장소는 한정돼 있어 환불에 어려움이 많았다. [일요서울]이 직접 교통카드를 판매하는 가판대와 편의점, 은행, 지하철 역사등의 판매대를 찾아 환불을 시도해 본 결과, 편의점과 지하철 역사에서만 환불이 가능할 뿐이었다. 일부 판매처는 불편한 내색을 비추기도 했다.
남재경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주)한국스마트카드 미사용 충전선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 기준 미사용 누적 충전잔액은 총 719억 원, 2004년부터 2010년까지 T-머니의 미사용 충전잔액에 따른 누적수입은 27억 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스마트카드는 미사용 충전잔액에 대한 이자수입을 교통카드 발행사의 영업외수익으로 계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 의원은 “시민의 돈을 예치해서 발생한 이자 소득인데 교통카드사가 아무런 얘기도 없이 전부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마일리지나 선할인 같은 제도를 통해 직접 개인에게 환원하거나 시민을 위한 공익사업에 투자·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신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자수입은 결국 시민들의 돈”이라며 “어떠한 방식이 되었던 간에 원래 주인인 시민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자수익 최대 수혜자는 LG CNS?
하지만 한국스마트카드와 서울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남 의원의 문제제기에 “충전선수금은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정의’ 규정에 따라 회사 소유고, 충전선수금 보유 이자수익은 회사의 적법한 운영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미사용 충전잔액은 교통선불카드 발행자의 부채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보유자의 환급 요청시에는 환급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일정기간이 지난 카드 잔액이라도 임의로 소멸 처리해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는 “2003년 체결한 신교통카드구축사업 시행합의서에 따라, 서울시는 공익에 현저하게 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경영 및 이윤추구행위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경영에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서울시는 한국스마트카드의 지분을 35% 소유하고 있다.
결국 한국스마트카드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LG CNS만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 LG CNS는 한국스마트카드 지분 31.85% 소유하고 있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국스마트카드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명시되어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결국 서민의 돈이 서민을 위해 쓰이려면 LG CNS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스마트카드에 대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계현 한국스마트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2009년까지 LG CNS 솔루션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있었다”며 “아무래도 한국스마트카드와 LG CNS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이자수익과 관련해서 손해볼 게 없는 입장인 LG CNS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LG CNS 관계자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연관성은 있지만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서 가타부타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미사용 충전잔액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과 관련해서 회사로서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