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물량몰아주기 의혹‘HMC투자증권’
“급성장 이유 따로 있다”
2011-05-30 이범희 기자
HMC투자증권의 전신은 신흥증권으로 2008년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인수되고, 그해 3월 현대차IB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였다가 4월에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원래 현대家에는 현대증권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회사를 적통성 논란에 빠졌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가의 회사로 분류해 증권업 진출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면서 HMC투자증권은 자연스레 ‘정 회장 일가의 사금고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과거 ‘글로비스 논란’으로 자금이 막힌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가의 새로운 자금 창구라는 오인을 산 것.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이 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비상장계열사를 이용해 부를 축적했다 적발된 업체다.
또 다시 일감몰아주기
최근 들어 HMC투자증권이 또 다른 계열사인 기아차 직원들의 퇴직연금까지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동종업계가 허탈해하고 있다.
기아차의 퇴직연금 적립규모가 1조 원이 넘어 투자증권업계의 판도도 변화시킬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 이에 HMC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이 모두 군침을 흘렸지만 과거 현대자동차그룹의 운용사 선정 전례를 들며 이미 끝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산관리기관으로 은행과 보험사 13곳을 정했으나 운용관리기관으로 HMC투자증권 한 곳만 선택한 바 있다.
이 덕분에 HMC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 1조 원을 단숨에 확보하며 증권업계 퇴직연금 운용순위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섰다.
때문에 HMC투자증권의 이번 기아차 물량과 관련 ‘일감 몰아주기’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만약 모 기업의 물량이 HMC투자증권으로 확정된다면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가 착수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선정 방식 등에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원론적인 내용만을 밝혔지만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이 운용기관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기아차 퇴직연금과 관련) 운영사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입찰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착수 여부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공정위는 과거 전례를 들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버지가 아닌 아들에게 과징금을 물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이번 조사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