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꿈’ 위해 몸집 불리기 시작됐다
2004-12-03 이인철
현재 박 대표를 측면에서 지지하는 세력은 남경필 수석 부대표,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주축이 돼 결성돼 있는 ‘수요모임’등 당내 소장파 그룹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가 당 전면에 등장하면서 함께 세를 확장한 소장파 그룹은 당 내부 개혁을 주장하며 박 대표의 지원군을 자임하고 있다. 또 현재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김덕룡 원내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도 박 대표에겐 든든한 후원자다. 여기에 ‘박세일 사단’으로 통하는 박세일·박형준·박재완·윤건영 의원 등 초선 전문가그룹도 박 대표를 지지하는 막강 후원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여의도 연구소를 통해 한나라당의 2007년 집권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향후 박 대표의 브레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해야 될 대목은 과거 ‘이회창 캠프’의 사람들이다. 진영 의원은 과거 이회창 전 총재의 특보에서 대표비서실장을 맡아 ‘박근혜 맨’으로 변신했고, 이한구 의원도 정책위원장을 맡아 박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며 당내 타 후보군에 비해 한 걸음 앞서 있지만 정작 내부에선 그다지 낙관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당내 분위기다. 특히 수도이전 위헌 판결이후 이명박 서울시장이 급부상하자, 박 대표 측은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같은 위기감에서인지 박 대표는 최근 당직자들을 집으로 초청하는 등 ‘스킨십정치’에 나서며 당내 우군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실제 당내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스킨십 정치에 나서게 된 배경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다투며 당내 타 후보군에 비해 한 걸음 앞서 있지만 정작 내부에선 그다지 ‘낙관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킨십 정치에 나선이후 박 대표의 우군들은 점차 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이 술을 대신 마셔주겠다며 박 대표의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일명 ‘흑기사’모임은 곽성문 당 홍보위원장이 주도 권경석, 유기준, 김정훈, 주호영, 주성영, 이명규, 김재원, 김태환 의원 등 15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측면도 있지만 당내에선 친박근혜 쪽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최근 김정훈 의원의 주도로 결성된 ‘중도우파’초선들의 모임 역시 박 대표 지지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궁극적인 목표가 대통령 만들기’라고 밝히고 있는 이 모임에는 김기현, 김명주, 나경원, 박세환, 유정복 의원 등 17명이 참여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세를 확산하고 있는 박 대표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스스로는 계보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세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느낀 게 아니겠냐”고 전했다. 박 대표의 독주체제를 막을 강력한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이 가장 든든한 당내 후원자들이다.
특히 이 의원과 홍 의원은 지난 2002년 서울시장선거의 공신들로 이 시장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에 있다. 당내 고대출신 인맥과 국가발전연구회(국발연)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그룹에서는 정두언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선거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정무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원내에 진출해 있다. 무엇보다 자기 친형이자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득 의원이 당내에 포진하고 있다. 이밖에 박계동, 박성범 의원 등도 친 이명박 계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 체제하에 있어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친이명박’ 사람들이 원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시장 쪽에는 반 박근혜 대열에 서 있는 일부 중진들이 가세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이 시장이 자주 원내 의원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는 점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15일엔 행정자치위, 18일엔 건설교통위, 19일엔 당 소속 서울 지역구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명분은 지난 국정감사 때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 입장을 지지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행정수도 반대를 주도한 성과를 당내 의원들과 함께 나누며 당내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있다는 관측이다. 이 시장의 원외그룹 움직임도 주시해야 될 대상이다. 원외 그룹으로는 시장캠프에서 조직국장을 맡았던 이성헌 전 의원이 현재 당 사무부총장으로 있다. 선거기획단장을 맡았던 백용호 서울시정개발원장과 정책팀장을 맡았던 조광권 청계천복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대선캠프가 구성되면 핵심브레인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식 정무부시장, 강승규 홍보기획관 역시 이 시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반면 차기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당내 세력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다. 당내 확실한 원군을 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박종희 전의원,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이철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정성운 경기도 서울사무소장 등 대표적인 ‘손학규 사람들’이 원내 진출에 실패한 측면도 크다.
특히 이들은 손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별한 신임을 받아와 향후 정치행보와 맞물려 국회입성 여부가 큰 관심거리였다. 현재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들이 지지그룹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며 대표적인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사람은 김문수, 전재희 의원 정도다. 이 때문에 손학규 사단은 원외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강대 그룹이다. 이제학 경기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 정성운 전 경기도 서울사무소장, 이윤생 경기도 공보관 등이 여기에 포진돼 있다. 3인방 중 가장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인사답게 재야출신들과도 친분관계가 두터워 눈길을 끈다.
소설가 황석영씨, 박형규 목사, 유홍준 교수 등과도 가까운 사이다. 자문그룹으로는 경향신문 외신부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와 이수영 전교통개발연구원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 5월 임명된 김성식 정무부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김 부지사는 한나라당내 정책통으로 알려진 인물이자,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의 맏형격이다. 취약한 당내 기반확보를 위해 김 부지사를 등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손 지사의 구애에도 불구 소장파들은 대부분 박 대표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결국 당내 확실한 원군을 얻어 차기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게 손 지사의 최대 고민거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