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재정부 '영(令)' 세울까
2011-05-18 김민자 기자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신임 장관에 내정된 직후 첫 일성으로 한 말이다. 각 부처 간 대립으로 국정과제가 차질을 빚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 정부 들어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 도입 문제를 둘러싼 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간의 갈등이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서비스산업 선진화 공약의 핵심 과제지만, 재정부와 복지부가 마찰만 빚은 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상태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원활히 추진돼야 하고 소관부처가 가능한 올해 마무리를 목표로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국민의료비 상승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영리법인 도입이 어렵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근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분 전액 보전을 둘러싸고 재정부와 지자체, 행정안전부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자체 세수 손실 규모를 놓고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한 행안부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재정부가 서로 이견을 보인 것이다.
결국 재정부가 지자체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세수 부족분 전액을 보전하기로 합의해 사태가 일단락됐다.
당시 한 재정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치권의 지원사격을 받고 여론몰이를 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재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모든 부처를 총괄해야할 재정부의 위상이 실추돼 부처간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 제도가 폐지되면서 재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기획재정부는 과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조직으로 세입과 세출, 국고 등 나라 살림 전반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대신 부총리제가 폐지되면서 형식상 다른 부처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이른바 '힘 센' 부처들 사이에서 재정부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정부 내 경제정책 조정을 위한 최고위급 회의인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장관들의 출석이 저조한 것은 부처들의 높아진 '위상(?)'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돈 줄(예산권)'을 틀어쥔 재정부가 다른 부처의 '위'에서 군림하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경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부는 앞으로 어떤 일을 주도하기보다 '정부'라는 공동체 속에서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보공유가 이뤄지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박 내정자의 발언도 향후 그런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기 보다는 부처간 자율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서비스 마인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현재 재정부에 집중된 예산권도 다른 부처로 분산하면 부처별 자율성이 높아져 책임 있는 예산편성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예산편성에 대한 통제는 일본 민주당이 최근 도입한 '예산공개심의제'를 참고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예산공개심의제는 국회 예산 심의에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예산낭비 유무를 검증하는 제도다.
박 내정자도 과거 한국행정학회 발표논문 '재정금융기구 개편방안(1999)'에서 "재경부 무소불위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 조치는 중앙집권적 예산통제의 과감한 완화와 각 부처 예산편성·집행 권한 확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재정부 '힘'의 원천인 예산권을 각 부처에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