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신고했더니 저축銀서 먼저 연락"

대주주 협박 5억~10억 챙긴 퇴직직원 기소

2011-05-17     김종민 기자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를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퇴직 직원이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먼저 비리를 신고했으나 묵살 당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에 따르면 이 은행 영업1팀 주임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김모(27·여)씨는 2009년 3월 금감원 홈페이지 '금융부조리신고'란에 '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어 대출해 주고 통장과 도장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적법한지' 문의했다. 사실상 신고를 한 것.

하지만 금감원은 반응이 없었고, 되레 이 은행 대주주 겸 감사인 강모(53)씨가 찾아와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6억원을 받고 신고를 취하했다. 검찰은 금감원 직원 등이 신고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조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퇴직 후 강씨를 협박해 각각 5억∼10억원씩 받아 챙긴 김씨 등 전직 이 은행 직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 중 3명은 이 은행 불법대출의 온상인 SPC를 관리했던 영업팀 직원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은행 영업1팀 과장으로 근무했던 윤모(46)씨는 2005년 2월 10억원을 받아 챙겼다. 윤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김모씨 등 명의의 대출금 7억여원을 임의로 사용한 사실이 발각돼 은행을 그만둔 뒤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또 다른 김모(42)씨는 2005년 10월 5억원을 받아 챙겼다. 2004년 1∼11월 영업2팀 과장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대주주 등의 비리를 알게 된 뒤 이들과 마찰을 빚다 은행을 그만뒀지만, 결국엔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

지난해 6월 인사에 불만을 품고 퇴직한 최모(27·여)씨도 강씨를 협박해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 등 경영진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손실 처리하는 수법으로 26억원을 마련해 이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와 두 김씨가 일했던 이 은행 영업팀은, 대주주 등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설립한 SPC 120곳을 관리하던 부서다. 영업1∼4팀 직원들은 '바지사장' 등 SPC 임직원을 추천하는 역할은 물론, SPC의 법인 인감과 통장 등을 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