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들 ‘라이벌’되다

2004-11-29     김정욱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총리, 김근태 장관, 장영달 의원 등 재야파 3인방의 움직임이 예전과 같지 않다. 재야파의 리더인 김근태 장관과 이해찬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며 대권 경쟁에 돌입했다. 이어 장영달 의원은 내년 전당대회를 겨냥해 당권 획득 작업에 들어갔다.과거 절친한 동료로서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던 이들이 이제는 경쟁의 관계로 돌아선 것이다.이 총리와 김 장관은 대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들은 이제 서로 동지가 아닌 새로운 라이벌 관계가 형성이 됐다. 이 총리는 김 장관보다 늦게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기 때문에 차기 대권주자 영역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총리는 이부영 당 의장과 충성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받들어 총’으로 차기 대권주자 입지 굳히기를 하고 있다.이 총리와 김 장관은 참여정부 2기로 입각했다.

지난 8월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일상적인 국정운영을 맡긴다고 한바 있다. 또 함께 입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는 통일 외교 안보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라는 중책을 맡겼다.그러나 청와대 측은 “사회분야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중심으로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예상해 볼 수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해 김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한 듯한 여운을 남겼다.이 총리가 노 대통령의 역할 분담론으로 실세 총리로 자리 매김하자 김 장관은 자신의 계보 확보에 나서는 등 이 총리 견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현재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법안에 대해 이 총리는 “당의 개혁작업이지지 부진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김 장관은 “정부가 가는 방향은 옳으나 국민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고 자성론을 제기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아직 행동의 대립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각과 노선에서는 이들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 총리와 김 장관의 미묘한 서로의 견제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 총리와 김 장관이 서로 대권 주자 경쟁을 벌이자 이들과 함께 재야활동을 했던 장영달 의원도 자신의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장영달 의원은 4선의 중진이지만 지금까지 이 총리나 김 장관처럼 이렇다할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특히 지금까지 재야파 출신에서는 김 장관이 간판스타로 활약하면서 장 의원에게는 좀처럼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따라서 장 의원은 내년 3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목표로 차기 지도부에 출마할 의사를 비쳤다. 당권 경쟁에 있어서 김 장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장 의원에게는 김 장관이 견제의 대상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일부에서는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판결과 10·30 재보선 패배를 근거로 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김 장관 차출’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당권을 노리는 장 의원에게는 여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 김 장관의 계보인 GT계(김근태계)가 내년 전당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일각의 추측이 있어 장 의원은 김 장관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과거에는 동지였던 이들 재야파들이 이제는 경쟁의 관계로 돌아서자 여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이 대권경쟁과 당권경쟁을 벌이는 과정이 잘못 하면 공정한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서로 공정한 게임을 벌이지 못할 경우 여당의 지지도 추락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