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고 불감증 여전히 ‘심각’
허준영 코레일 사장 리더십 ‘불안’ 왜
2011-05-03 이범희 기자
[이범희 기자]= 철도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철도공사(사장 허준영·이하 코레일)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바쁜 출·퇴근 시간에 잦은 고장으로 짜증내는 이용객들이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82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하루 한 번꼴인 셈이다. 세간에선 수십 년 동안 철도를 독점해온 코레일의 기강 해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허 사장의 리더십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8시40분께 4호선 사당방면으로 운행 중이던 하행선 열차가 길음역에서 멈춰서 일정시간 움직이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출입문 고장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은 코레일 소속 차량이었다.
이에 앞선 23일 낮 12시40분께 경기 용인시 분당선 죽전역 진입 20여m를 앞두고 선로이상으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진입순간 첫 번째 차량의 뒷바퀴가 갑자기 선로를 벗어나면서 2,3번째 차량까지 잇따라 탈선했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보정역~죽전역~오리역 간 양방향 전철 운행이 6시간이나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차량 역시 코레일 소속 K6118호 전동차였다.
두 사고 모두 지난 2월 발생한 KTX 광명역 탈선사고에 따른 안전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십여일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코레일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코레일 왜 이러니”라는 제목으로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은 총체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며 “방만 경영이 지속될 거라면 경영진의 사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녹색교통운동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교통수단이 되면 안된다”면서 “지하철은 특히 연간 이용객 수가 많은 만큼 시민들의 안전사고에 각별한 점검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트위터를 통해 “(지난번)분당선 탈선 소식에 놀랐다.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면서 “KTX, 분당선 등 연이은 열차탈선사고에 국민은 불안하다. 안전한 대중교통이용은 국민의 권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레일은 광명역 사고와 관련 직원 2명을 파면·해임하는 등 총 14명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지만 코레일에 대한 비난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강 해이 ‘심각’
세간에선 허 사장의 독불장군식 경영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기도 한다.
허 사장이 2009년 3월 부임이후 5000여 명의 직원을 감축해 직원들의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 갑작스런 인력감축으로 정비소홀 문제가 발생했고, 그 결과 잦은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조 측은 코레일이 현장 유지보수 인력을 대폭적으로 줄이고, 외주화 같은 돈벌이 상업화에 눈이 멀어 결국 사고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허 사장을 맹비난하기도 한다. 경찰청에 오래 근무하다 코레일로 자리를 옮겨 이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는 것.
더욱이 허 사장이 경찰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시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던 사실까지 새삼 회자되며 허 사장이 남은 2년의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철도사고가 2005년 이후 감소하다가 2009년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 허 사장의 리더십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철도사고는 2009년 305건, 지난해에는 29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안전을 무시하면서까지 인원을 감축하지는 않는다”면서 “국토부의 감사가 끝난 후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안전대책을 더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