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스마트폰 때문에 소중한 약속 깨질뻔…' 소비자만 봉?

2011-05-09     류난영 기자
직장인 강모(35)씨는 최근 구입한 SK 스마트폰 불통으로 큰 계약이 날아갈 뻔 했다. 싱가포르의 바이어가 강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강씨의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뒤늦게 부재중 문자인 캐치콜을 통해서야 전화가 왔던 사실을 알았다. 강씨는 문자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강씨는 "최근 잦은 통화 먹통 현상으로 AS센터를 찾아갔더니 휴대폰을 초기화 해 줬다"며 "그 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다시 AS센터를 찾아갔는데 보상은 커녕 통신사의 문제이거나 애플리케이션(앱)의 영향일 수 있으니 전화가 끊길때는 휴대폰을 껐다 다시 켜서 사용을 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하소연 했다.

KT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이모(28·여)씨도 지난달 벚꽃 축제를 가기 위해 서울 여의나루 인근에서 남편과 만나기로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30여분간 주변을 헤매야 했다. 이씨는 "전화를 수차례 걸었는데도 연결이 안 돼 남편이 전화를 걸어 와 겨우 통화가 됐다"며 "통화권 이탈로 뜨지도 않았고 남편 휴대전화에도 전화를 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국내 사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일반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강씨나 이씨 처럼 원인 모를 이유로 전화가 먹통이 되거나 통화 품질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창조한국당 이용상 의원이 SK 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사 3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1월 스마트폰 도입 이후 통화 중 끊김 비율이 189%나 증가했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관련 상담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13배나 급증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같은 전화 연결이 안되거나 통화중 끊김 현상에 대해 이동통신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서로 책임 회피 공방만 벌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이폰과 스마트폰이 자주 끊기는 현상은 3G망 탓"이라며 "전파량이 많아 일시적으로 시스템 장애를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수신불량의 원인"이라며 "스마트폰은 음성과 데이터를 같은 회선으로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 사용량이 늘면서 스마트폰 음성통화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망 규모를 고려할 때 데이터 사용이 음성통화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적다"며 "단말기 자체의 결함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통화 끊김 현상의 원인은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단말기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4만4202번의 통화 가운데 실패하거나 도중에 끊긴 854번의 통화를 분석한 결과 43.7%가 네트워크 문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56.3%의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단말기 업체와 이동통신사가 '네탓 공방'을 벌였지만 통화 끊김 현상의 절반은 이동통신사의 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또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전화보다 통화품질이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각 이동통신사별 가입률이 높은 스마트폰 2종씩을 선정해 통화성공률을 측정한 결과 스마트폰 간 통화성공률은 97.6%로 일반 휴대전화 통화성공률인 98.7%보다 1.1%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간 통화에 있어서도 음성통화만 하는 경우(98.3%)에는 일반폰(98.7%)과 별 차이가 없으나 데이터를 사용 중에 음성통화를 하는 경우(97.2%)에는 통화성공률이 1.5%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품질저하 원인은 단말기 문제 또는 네트워크의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시스템 정보와 단말기 정보를 상호 대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제조사와 이통사,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통신 전문가는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기능을 집어넣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 초기 단계인 지금 실태조사에 나서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해야 앞으로 더 진화할 스마트 시대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