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 오너家 이야기 제1탄

재계 총수들 건강, 이렇게 챙긴다

2011-04-18     이지영 기자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재벌들의 삶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연예인과 재벌들의 일상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끌리는 법이다. 재벌들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로열패밀리’처럼 화려하게 살지도 모른다. 동시에 평범한 우리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일요서울]에서 연속기획으로 재계 오너가의 삶을 조명해봤다. 다르지만 같은 그들의 일상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재계 총수들의 하루 24시간은 바쁘게 돌아간다. 장시간 회의, 현장시찰, 잦은 출장 등에 시달리고 나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총수들은 몸을 챙기고 관리한다. 이들은 과연 건강을 어떻게 지키는 것일까. 이번 오너家 이야기에선 그들의 건강관리 비법에 대해 살펴봤다.


비법 1
시간 날 때 틈틈이 ‘운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건강관리는 이미 재계에서 유명하다. 그는 바쁜 경영활동 중에도 틈틈이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이나 한남동 자택 근처에서 테니스를 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테니스 사랑은 해외출장 중에도 예외 없다. 덕분에 최 회장의 테니스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에선 수준급 이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SK관계자는 “소문에 의하면 대한테니스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과 자웅을 겨루는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심기신수련(心氣身修鍊)’이라는 기수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한다. 심기신수련이란 명상, 호흡 그리고 체조로 이뤄진 운동법이다. 최 회장의 하루는 심기신수련으로 시작된다. 여기엔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영향이 컸다.

최 전 회장은 심신을 다스리는 단전호흡, 기수련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최 전 회장은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여라’는 심기신(心氣身) 수련책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이런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자체 사옥을 갖고 있는 계열사 건물엔 모두 수련실을 설치해 사원들도 건강관리에 신경쓰게 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골프를 통해 건강을 지킨다. 재계 여러 골프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다. 덕분에 84세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제약회사 회장님답게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도 꾸준히 복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역시 유명한 골프 마니아다. 건강관리를 위해 20여년 전 골프를 시작한 최 회장의 골프 솜씨는 수준급이라고 한다.

이 두 회장의 골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카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강 회장과 최 회장은 골프장에서 카트를 사용하지 않고 친다. 최 회장은 “골프를 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건강관리 아니겠냐”며 “카트를 탄 채 골프를 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동반자들에게도 카트 없는 골프를 권유한다고 한다.

마라톤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재계 총수도 있다. 바로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이다. 구 회장은 재계에 마라톤 마니아로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할까. 구 회장은 50대에 마라톤을 시작해 그 매력에 푹 빠졌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구 회장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좀 특별하다. 그가 2000년 럭키생명(현 우리아비바생명)에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럭키생명의 경영 상태는 최악이었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가 시작한 것이 바로 마라톤이다. 구 회장은 마라톤을 하면서 건강도 챙겼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기체조, 골프, 마라톤을 할 시간도 없고 할 수도 없다면, 다른 총수들의 운동방법은 어떨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단순한 운동을 즐긴다. 언제 어디서든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운동. 바로 ‘걷기’다.

이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걷기 예찬론을 펼쳤을 정도로 걷기를 즐겨한다.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서울 남산을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산책을 좋아한다.

허 회장은 한때 그룹 임원들의 부족한 운동량을 고려해 ‘만보계’를 선물한 적도 있을 정도로 ‘걷기’를 좋아한다. 그가 지하철 2정거장 정도는 능히 걸어 다닌다는 말은 관련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걷기 운동 후 반신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비법 2
‘규칙적인 생활습관’에 절주·금연은 필수

운동만이 재계 총수들의 건강 비법 전부는 아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도 한 몫 자리 잡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하루 일과를 철저하게 지킨다. ‘오전 6시 기상, 오전 10시 업무 시작, 오후 6시 퇴근, 오후 11시 취침’이라는 시간표에 맞춰 생활한다. 하루 7시간의 수면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식사시간이나 운동시간에 대한 조절도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은 아무리 급한 현안이 있어도 식사시간만큼은 꼭 정해진 시간에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젊은 시절 술과 담배를 즐기는 풍운아였지만 이제는 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규칙적인 생활을 즐긴다. 평소 건강 체질이라고 평이 자자한 그는 딱히 특별한 운동을 하진 않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 회장은 “건강에 대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며 “늘 마음을 밝게 가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술도 적당히 마시면서 즐기지만, 식사는 소식으로 해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매일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한다. 퇴근 이후에는 집 근처를 산책하며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전 명예회장이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에게 경영을 맡길 때 잠시 건강이상설이 돌았지만 사실 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 명예회장은 이제 회사 일은 전 회장에 맡기고 독서에 푹 빠졌다. 아흔이 넘은 고령인 관계로 무리한 신체운동보다는 정신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비법 3
고령의 총수들이 건재한 이유

아흔까지 딱 1년을 남긴 실버 총수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자칭타칭 식초 전도사다. 우렁찬 목소리와 기운 넘치는 발걸음으로 9시에 출근해 회사 업무를 살핀다. 박 회장은 30년 동안 매일 식후에 식초를 한잔씩 마시며 건강을 챙긴다. 박 회장은 지인을 만날 때에도 직접 식초를 건네며 권유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샘표식품의 한 관계자는 “식초를 30년 가까이 드셔서 그런지 최근 건강검진 결과 박 회장의 신체나이는 49세라고 나올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이젠 어르신이라는 소리를 듣는 배상면 국순당 회장은 매일 아침 식전 도곡동 자택 인근을 30분 정도 걷는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자택 내에서 러닝머신을 하며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또 오미자를 넣어 달인 한약을 매일 식후 세 번 복용하며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직접 만든 틀에 약쑥으로 불을 붙여 배꼽뜸을 뜬다고 알려졌다. 실제 배 회장은 배꼽뜸으로 어렸을 적 앓았던 폐결핵에 효험을 봤다고 한다.

또한 배 회장은 자신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자신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신께서 무한한 지혜를 나에게 주셨다. 감사합니다’를 A4용지 한장 가득 쓰고 난 후 일에 착수한다고 전해진다.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은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라는 신조로 늘 즐겁고 기쁘게 생활한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자기중심적 실리를 추구하지 않는 성격이 경영자로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꼽는다”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하게 경영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처럼 총수들 대부분이 특별한 방법을 동원해 건강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적절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 이들의 건강관리 전부라며 누구든지 재벌들의 건강관리 비법을 따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회장님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 무슨 반차안~

회장님 기피 음식 1위는 ‘개고기’

재계 총수들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것 외에 더 중요시 여기는 게 있다. 바로 식사다. 늘 일에 쫓기는 총수들이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는 쉽지 않은 법. 재계 총수들은 식탁에 무엇이 올라가는지 살펴봤다.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검소한 ‘밥상’을 받고 있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반드시 제시간에 꼬박꼬박 식사를 챙긴다. 아침은 죽으로 주로 전복죽을 먹는다. 점심과 저녁은 한식과 일식을 번갈아가며 먹는다. 가끔 행사용 식단으로 일본 전통 코스요리인 ‘가이세키’를 즐긴다. 가이세키는 맑은 국과 생선회, 조림, 구이, 튀김, 초회 등이 나온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된장찌개를 즐겨 찾는다. 여름철에는 콩국수도 자주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단팥빵, 크림빵 등을 간식으로 즐겨 드신다”고 말했다.

각별한 음식 사랑으로 이목을 끈 이도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에 라면을 챙겨 간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다른 총수들과 달리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한다. 종종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시켜 먹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음식을 찾는 재벌 총수들에게도 금기 음식이 있다. 바로 ‘보신탕’. 대부분의 총수들이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정 회장은 그의 프로필에 ‘절대 안 먹는 음식=보신탕’이라고 소개됐을 정도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