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내 식구만 챙기다 ‘급체’ 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파주 신세계첼시
2011-04-12 이범희 기자
신세계그룹(총괄대표 부회장 정용진)이 야심차게 준비한 파주 신세계첼시 프리미엄아울렛(이하 신세계첼시)이 중소기업청의 개점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오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는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세간에선 최근 신세계가 내놓은 직원복지 향상안도 이를 감추기 위한 술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모 기업인 신세계 측은 물론 신세계첼시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신세계첼시가 파주에서 지난달 18일 오픈했다. 오픈 4일 만에 25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일산 킨텍스의 ‘서울 모터쇼’와 맞물리면서 더 많은 사람이 신세계첼시 매장을 찾았다. 이에 신세계첼시는 크게 웃었다. 그런데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청의 반발이 거세다.
신세계첼시가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버젓이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제34조 제2항)에 의거 사업개시 일시정지권고를 받은 신세계첼시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세계적인 아울렛 유통사인 첼시와 손잡고 파주에 프리미엄아울렛 설립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파주·고양·김포 패션아울렛연합회 측은 지난해 5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그 동안 5회에 걸쳐 자율조정 협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5차 자율조정 회의에서 신세계첼시는 일방적으로 협상거절 의사를 밝혀 자율조정이 중단됐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신세계첼시는 파주점 입점일(3월 18일)이 다가오자 사업조정을 신청한 지역 패션아울렛연합회 측에 판매상품 제한 중복브랜드 목록 등을 요청해 협약체결 모습을 보이며 협상을 지연해 오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협상거절’을 밝혀 비난을 샀다.
중소기업청은 곧바로 신세계첼시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통지했다. 그러나 신세계첼시는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 통지를 받고도 이를 위반하면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중소상인 울분 토로해
때문에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다. 정부기관의 제지조치에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상인은 “재벌기업이 정부기관보다 높은가. 어떻게 불법인지를 알면서도 계속 영업을 지속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파주 고양 김포 패션아울렛연합회 측은 “인근 고양시 덕이동 지역 아울렛과의 중복브랜드가 많다”며 “신세계첼시가 당초 명품 위주의 특화된 아울렛을 만든다고 했지만 명품은 거의 없고 사실상 시내 외곽의 중소형 아울렛 등에서 판매하는 해외 메이저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의 자기 식구 챙기기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모 기업인 신세계의 경우 임직원이 퇴사한 후에도 자녀들의 학자금을 회사에서 지불하는 등 직원복지를 위한 숱한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회사 임직원은 챙기면서 중소상인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거 같아 안타깝다”며 “중소상인들은 파주 신세계첼시의 개점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신세계첼시 측은 “신세계첼시는 부동산임대업으로 중소기업청이 주장하는 일시정지 권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특히 파주 아울렛은 기존 상권과 14km 떨어져 있어 기존상권에 피해가 미미해 중소기업청에 이와 관련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은 임대차계약서와 상권분석을 근거로 신세계첼시의 주장을 허구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신세계첼시는 단순한 부동산 임대라고 보기 어렵다”며 “입점매장의 마케팅 영업 등 경영전반을 담고 있어 신세계첼시 측이 실질적으로 운영에 관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양측 의견을 수렴한 절충안을 오는 6월 말까지 마련하는 강제조정 작업에 착수한다. 만일 절충안마저 신세계첼시가 거부할 경우 미이행 사실을 언론 등을 통해 공표하고, 전문기관 조사를 거쳐 조정을 권고토록 하고 있다. 권고안을 따르지 않으면 해당기업 대표는 고발 조치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낸다. 때문에 신세계첼시와 중소상인들의 마찰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