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 건설사 ‘꼬리 자르기’에 은행들 뿔났다
한솔-LIG그룹, 은행권에 혼쭐
2011-04-12 이지영 기자
지난해 한솔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금액과 더불어 2500억 원의 부채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상반기 채권은행의 기업평가에서는 B등급을 받았다.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겠지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였다.
당시 채권은행은 한솔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믿었고, 대주주가 적극적인 의지로 한솔건설을 끝까지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할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솔그룹은 한솔건설의 부실규모가 더욱 커지자 지난해 10월말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그룹과 대주주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으나 한솔그룹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 1월 4일 한솔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됐다.
한솔그룹 꼬리자르기 응징
이후 한솔그룹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행장 이종휘)은 이미 법정관리 이후부터 한솔그룹 계열사에 대한 만기 대출을 연장하지 않고 대출금 회수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솔 계열사라면 신용등급이 조금 낮더라도 대출거래를 지속했으나 지금은 철저한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무제표 상으로 상황이 어려운 곳은 만기가 돌아온 여신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때 5000억 원이 넘게 대출해 주었던 우리은행의 한솔그룹 여신 규모는 최근 1600억 원 수준까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부 은행들은 한솔그룹 관련 여신에 대해서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솔그룹이 한솔건설을 버리듯 다른 부실 계열사도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솔그룹과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며 “담보가 확실한 대출이라면 모르겠지만 신용대출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3월말 기준으로 한솔그룹의 은행권 총 여신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 수준으로, 그룹 산하 계열사 숫자도 20여 업체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은행들은 한솔그룹에 대해 각 계열사들에 대한 신규 대출 중단은 물론 만기 대출 회수라는 초강수로 응징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한솔그룹이 조만간 자금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며 “한솔그룹이 본보기로 혼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LIG건설도 혹독한 응징 당해
LIG건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LIG건설은 채권은행과 협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를 두고 은행권이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다.
또한 LIG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열흘 전에 42억 원어치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여 CP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어음 발행은) LIG건설 경영진의 도덕 불감증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LIG의 채권은행들은 그 동안 LIG건설에 지원한 PF 대출을 담보로 LIG건설이 가지고 있던 시공권에 대해 새로운 시공사로의 권리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IG의 채권은행 중 하나인 신한은행(행장 서진원)은 LIG건설이 시공 중인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건설 사업장에 2000억 원대의 PF를 지원했다.
최근 이 아파트 건설 시공권을 LIG건설로부터 회수하여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PF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 행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기업 그룹의 꼬리 자르기 행태가 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행장에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LIG그룹의 행태를 보면서 은행의 여신 운용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각 은행별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지영기자] sky1377@dailypot.co.kr
#LIG건설 법정관리, 범 LG가 증권사들 곤혹스러워
최근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범 LG가 증권사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이 바로 그 피해자들이다.
LIG건설은 올해 7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법정관리 신청 10일 전에도 40억 원 상당의 CP를 발행했다. 따라서 LIG건설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한 증권사들도 법적, 도덕적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은 과거 LG그룹의 LG투자증권이다. 그런 인연으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LIG건설 CP를 판매했다. 하지만 이는 곧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져 법적 문제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LIG건설 CP 투자자들은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5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편 LIG투자증권은 LIG건설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으나 CP발행으로 충당된 자금이 과거 LIG투자증권이 판매했던 LIG건설 CP 만기상환에 쓰였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LIG투자증권 관계자는 “단지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상환했을 뿐”이라며 “LIG건설 부실분을 털어내려 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