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금융권 입성 막후

‘경제만신창이’ 오명 벗을 수 있을까

2011-03-21     이범희 기자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의 산은금융그룹회장 겸 산업은행장 선임을 두고 자질 논란이 한창이다. 그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이른바 MB노믹스를 펼쳐 국내 경제에 해를 입혔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어 그의 경영수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더욱이 그는 MB의 최측근이기에 MB의 제식구 감싸기 및 회전문 인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작부터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향후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표출되는 상황이다. 세간에선 그를 ‘경제만신창이’라고 부르고 있어 이 오명에서 벗어 날 수 있을지도 예의주시 된다. 이에 강 신임회장의 행보에 대한 금융권 및 정가의 시각을 알아본다.

강 신임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옛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일하다 IMF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그는 MB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아 다시 경제인으로 발돋움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무리한 고환율과 감세 정책 등으로 또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경제만신창이’라는 오명을 얻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연초부터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회장 인선과 관련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또 다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과 이 역시도 반대하는 입장이 줄을 이었다.

본인 역시 자신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측근을 통해 “민간 금융회사인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뿐 아니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 회장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장 공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민간은행보다 한 단계 높게 평가되는 산은금융그룹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임무를 맡았다.

그는 지난 3월 14일 취임사에서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위해 세계로 더 뻗어나가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은행이 필요하다”며 “산은금융그룹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도 ‘말보다는 행동’을 요구하며 민영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소신 발언이 과거 그의 행동과 빗대어 지면서 구설수가 되고 말았다.

그가 기획재정부 장관시절 은행권을 향해 날린 ‘환헤지 사기꾼’발언이 논란이 된 것. 당시 그는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선량한 시장 참가자를 오도해 돈을 버는 사기꾼 세력”이라며 “(은행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에 환율이 더 떨어질 거라면서 환헤지를 권유해 수수료를 받아먹는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의 추가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기는 했지만 금융계의 공분을 샀다.

모 언론은 이 말을 인용해 “은행권을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하더니, 이제는 사기꾼 집단의 우두머리로 오는 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토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강 전 장관을 산은금융그룹 회장에 내정한 것은 결국, 대통령 인수위 시절 만들어진 로드맵에 따라 금융위기로 인해 물밑으로 가라앉은 메가 뱅크 설립 등 정책을 재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오기인사, 회전문인사, 보은인사로 표현되는 MB정부 인사 실패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비판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3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MB의 친구와 대학동문인 상황에서 강 신임회장까지 금융권 인사로 선임된 것은 금융 산업을 지배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강만수 산은 입성’이라는 키워드만 쳐도 불신을 표출하는 글들이 많다.

“해도 너무해 또 경제만신창이 강만수냐” “산은금융그룹 회장 내정 리만브라더스 우정의 끈질기다” “헐 x친 산업은행회장에 강만수라니” 등 글 제목부터 불신이 가득한 글들이 무성하다.


현장경험 전무 그의 경영능력은

금융권의 한 인사는 “(강 신임회장은) 관료출신으로 금융기관 경영능력이 전혀 검증된 바 없는 분이다. 국책금융기관의 수장 인선으로 강 신임회장에게는 어울리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강 신임회장의 산은 입성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그가 산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불신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강 신임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