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2세 경영 교두보 마련되나

“은둔형 기업가의 황태자, 업무를 시작하다”

2011-02-28     이범희 기자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의 2세 경영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김 회장의 경우 은둔형 기업가로 유명한데다 동부그룹은 경영승계와 관련되어 외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때문에 갖가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상이었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36)씨의 경우도 그동안 해외에서 학업에 열중했던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이미 2009년부터 계열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식증여도 이미 끝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회장의 은둔형 경영스타일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이에 아들인 김 차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룹 황태자의 경영 승계에 대해서는 시간 문제일 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승계를 위해서는 동부그룹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김 차장이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에서 1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09년 1월부터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부제철 아산만 내연공장 외에 추가로 짓는 제철공장 현장에 투입되어 관리 노하우를 습득하는데 주력했다.

이후 그는 동부제철의 인사팀 교육담당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동부제철의 도쿄지사로 파견, 일본 현지에서 회사업무와 관련한 실무를 익히기도 했다.

아산만관리팀에서 인사팀으로의 부서변경은 해외 파견을 위한 조치로, 김 회장이 아들에게 해외지사 이력과 어학연수 기회를 동시에 주기 위한 복안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지사에서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거친 김 차장은 이후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받았고, 다음 달인 2010년 4월 동부제철 인사팀 차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 시작됐나

이에 김 차장의 경영수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경우 은둔형 기업인인데다 동부그룹 내에는 정형화된 경영승계 원칙이 없기에 이 같은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김차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실제 동부제철의 근무자들도 김 차장의 행보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김 회장의 은둔형 경영스타일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기업의 경우 2세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 간략한 인사정보를 알리는데 김 회장은 이 같은 일을 일체 하지 않았다.

자녀들에 대한 주식증여도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해 경제시민단체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김 차장의 경우 2002년 10월 그룹 지주회사격인 동부화재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사실상 그룹 내 지분승계 작업을 끝냈다.

이에 일각에선 황태자의 경영승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그가 다른 기업에 비해 경영수업이 늦었다는 점을 들어 승계는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게다가 동부그룹의 경우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 급급한 시점이라 경영승계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동부그룹 오너 일가는 물론 동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수의 재계 전문가들은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 시점이 곧 김 차장의 공식적인 경영참여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에 걸 맞는 시가총액이 될 때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국 지주사 전환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김 차장의 경영 참여도 가시화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 역시 “정확히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는 지는 확인이 어렵다. 제철 쪽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부서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1944년생인 김 회장이 칠순을 코앞에 두고 있고, 아들이 그룹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역으로 뛰고 있을 때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아래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외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