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상장기업 설 곳 잃는다
상장사 경영진 도덕적 해이가 증시 퇴출 불러
2011-02-28 이진우 기자
연초부터 코스닥 기업들의 상장폐지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상장사들의 증시 퇴출 공포가 불어 닥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 취재진이 만난 김모(61)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상장폐지요? 그 심정은 당해 보지 않고서는 얘기 못합니다”라며 “26년간 주식투자 경험이 있지만 지금도 주식을 살 때는 두렵다. 상장폐지 경험이 여섯 번이나 있어 또 당할까 무섭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상장폐지 종목의 대부분은 경영진의 부도덕이 원인이라며 거듭 치를 떨었다.
2009년에 도입된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위용을 떨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심사 대상법인 52개사 중에서 최종적으로 28개사가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심사 대상 유형별로는 횡령·배임 사유가 27개사(51.9%)로 가장 많았으며 회계처리위반 13개사(25%), 임의적·일시적 매출 6개사(11.5%), 자구이행과 주된 영업정지가 각각 3개사(5.8%)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증시에서 퇴출된 상장사는 74개사로 사상 최대였다. 이 중에서 27개사(36.5%)가 경영진의 횡령·배임과 관련된 사유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존재한다는 것. 회계처리위반 사유나 임의적·일시적 매출 또한 부도덕한 경영진에 의해 야기된 사례가 많다.
제도 내실화 도모로 피해 감축
경윤하이드로에너지의 경우 지난달 21일 실질심사 결과 퇴출이 결정됐다. 전 임원이었던 김모씨가 99억1000만 원을 횡령·배임한 사유로 실질심사 대상이 되었다. 이 회사는 국내 유력 언론사 사주가 대주주이며 지난해 6월 열분해 유화공정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의 선정 공시 및 베네수엘라 1100억 달러 연내 수주 등의 호재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하였다. 따라서 공시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선량한 피해자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성테크는 이에 앞선 지난달 8일 배임 혐의 발생과 관련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금성테크는 이날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금성테크 한 관계자는 “회사가 우회상장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가고 향후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았는데 전 회사 경영진 비리로 언제 상장폐지될지 몰라 일할 맛이 안난다”며 “조속히 사태가 마무리되어 하루라도 빨리 열심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실질심사 운영결과를 토대로 신종 상장폐지 회피사례를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제도의 내실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는 그 위력을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퇴출심사제도를 잘 활용하여 시장의 건전성을 향상시키고 신뢰성이 떨어져 많은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다시 옛 영광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