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 이금기 회장, 시장 점유율 확보 ‘꼼수’

산모들이 뿔났다

2011-02-28     이지영 기자
일동후디스 이금기 회장이 그동안 주장해온 ‘인간존중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리베이트 행위가 또 다시 적발된 것이다. 지난 2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동후디스를 산부인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3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산모들의 비난이 거세다. 한 누리꾼은 “자사 제품의 좋은 점을 부각시켜야지 부도덕한 행위를 통해 매출 극대화에만 혈안이 된 것이 아니냐”며 “이 회장의 손자가 특정업체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분유를 먹는다면 좋겠냐”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일동후디스의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때문에 기업이미지의 추락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분유 업계 3위인 일동후디스가 매출액의 3배가 넘는 억대의 현금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일동후디스가 산부인과 병원에 자사 분유를 독점 공급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1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2006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약 4년여에 걸쳐 현금, 대여금 또는 물품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산부인과 병원을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일동후디스는 산부인과 병원 28곳에 현금 6억 4000만 원을 제공했다.

또 2006년 12월부터 2008년 7월 까지 5개 산부인과 병원에 13억 9000만 원을 약 3%의 저리 이자로 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6년 1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8곳의 산부인과병원에 1억 2000만 원 상당의 컴퓨터, TV 등 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일동후디스가 산부인과 병원에 제공한 리베이트는 21억 5000만 원으로, 이는 해당 병원에 대한 분유 매출액의 300%를 초과할 정도로 막대한 금액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일동후디스는 지나친 리베이트 때문에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더욱이 이 회장이 일동제약 경영에서 손을 떼고 1996년 일동후디스 경영에만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에 대한 불신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 회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이 “인간 존중이며, 기업의 존재 이유이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쌓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어 말뿐인 존중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한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분유회사가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판촉활동을 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가 결정한 모유대체품 판촉 금지 규약을 위반한 행위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당초 구형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결정해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금제공이 없었던 남양유업, 매일유업이 각각 2억 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일동후디스의 경우 최초 위반이고 조사에 적극 협조했으며, 3년간 적자가 난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동후디스 이미지 추락 불가피

한편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한 누리꾼은 “아기 분유에 관해선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믿고 사서 먹일 수가 없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에 이어 일동후디스까지…믿고 살만한 게 없다”, “과징금 3100만 원은 제공된 리베이트 행위에 비해 너무 적다”, “업계 3위의 자리도 리베이트를 통해 얻은 자리가 아닌가, 일동후디스를 믿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이번 리베이트 행위 적발 조치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미 끝난 상황으로, 공정위에 이번 적발과 관련하여 회사 입장을 밝혔다”며 “이번 리베이트 행위는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앞으로 산모들의 분유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형식적인 말로 답변했다. 일동후디스가 이번 일을 통해 ‘반성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운이 나빠 걸렸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리베이트 적발을 통해 국내 분유제조사의 산부인과 병원에 대한 관행화 된 리베이트 제공 행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분유시장에서의 경쟁 확대 및 가격 인하 효과로 인해 산모들의 분유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분유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깨지지 않는 이유

분유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어제오늘일 만이 아니다. 매번 잊을 만하면 발생해 산모들을 우롱한다.

2010년 당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대규모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에 조사를 받은 적 있다.

이때 일동후디스는 공정위 조사를 환영하며 경쟁업체에 대한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일동후디스가 적발됐다.

이처럼 분유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한마디로 ‘고착 효과를 노린 리베이트’라고 본다”며 “보통 신생아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특정 분유를 제공받으면 꾸준히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먹기 때문에 이 효과를 노리고 리베이트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산모들이 분유를 다른 제품으로 바꿀 경우 신생아에게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병원에서 먹던 제품을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분유업계의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덧붙였다.

즉 일동후디스 같은 분유업계는 산모의 이런 불안 심리를 노려 산부인과 병원에 막대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적자를 보면서까지 장기적인 ‘독점공급’을 노린 셈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산모들은 선택의 기회 없이 리베이트 받은 분유를 유아에게 먹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시장 점유율로 가시화되면서 기업의 이득으로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