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3기 경제팀 속 모피아 인사 누구

모피아에게 경제 호 맡겨도 되나

2011-02-28     이창환 기자
지난 2월 7일 김대기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차관이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김 비서관은 재정과 사무를 관장하는 기획예산처에 다년간 근무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김 비서관의 발탁이 ‘모피아’ 때문일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또 다시 모피아가 주요 경제부서의 자리를 꿰차며 득세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모피아란 과거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이탈리아 폭력조직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그만큼 최근 결성된 MB정부의 3기 경제팀은 모피아 출신들이 많다. 하지만 유가 급등, 물가 불안 해소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터진 ‘부산저축은행 연쇄도산’ 역시 모피아가 상당부분 일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의 고위 관료를 일컫는 모피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MB정부가 물가, 실물경제, 금융과 같은 경제 핵심 분야를 모피아 출신 관료에게 맡긴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반 관료사회 개혁을 추구하면서 “이러니까 모피아라는 말이나 듣는 거 아니냐”고 한 발언과 차이를 보여 의중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단행된 개각은 다음과 같다.

최중경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재경부 1차관 출신 김석동 농협 경제연구소 대표는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동수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피아들로 교체된 것이다. 흔히 검찰이상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모피아를 봤을 때 이들 정책은 어떤 방향이던 일관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최 장관, 김 금융위원장, 김 공정위원장은 재정경제부서에서 함께 일한 전력이 있고, 윤 장관 역시 최 장관, 김 금융위원장과 재무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새 경제수석비서관의 유력한 후보였던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도 모피아로 분류되는 인사지만 자리는 김대기 전 문화부 차관에게 돌아갔다.

모피아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권 전반에도 모피아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 김용환 신임 수출입은행장까지 모두 모피아 출신이다. 금융가 라인은 사실상 모피아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정권이 모피아를 중용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쉽지 않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고 있다. 경제 성장률 둔화와, 물가 불안, 유럽발 재정위기, 북한 리스크 등의 실물경제를 추진력, 돌파력으로 이름난 모피아에게 기댄 것이다.

실제로 ‘최틀러’라고 불리는 최 장관, ‘대책반장’이라 불리는 김 금융위원장은 모피아 특유의 과감성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막강파워 인맥, 부작용 우려되기도

이들 모피아의 추진력과 행동력은 때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고 부작용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사례를 보면 먼저 모피아의 상징과 같은 ‘관치금융’을 들 수 있다.

IMF, 금융위기와 달리 경제를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는 데도 모피아들이 ‘금융질서 수호자’를 자처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정부가 금융권을 주도하기에는 시장이 매우 커졌다고 동의를 표했다.

금융권 한 고위 인사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정권과 긴밀하면서 자기 목소리가 분명한 사람들이 금융사를 이끌어 가는 상황에서 모피아의 추진력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악화된 상황을 개입을 통해 풀려 하면 당장은 진정 되도 후폭풍이 몰아닥친다” 는 우려를 표하면서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언급한 “기름 값이 묘하다”라는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비시장적 요인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치 금융에 대한 다른 우려로 가격통제로 인한 기업실적둔화, 성장잠재력 훼손, 기업신인도 하락을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들 모피아가 해당 업계 경험이 부족함에도 지나치게 과감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의 전문지식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데 얼마나 관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피아 인사의 또 다른 불안요소로 끈끈한 인맥을 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형적인 관료들인 모피아는 이피아(옛 경제기획원(EPB)과 마피아(MAFIA)의 합성어) 같은 기획과 비전 제시보다는 자리보전을 위한 성과에 치중해 조직에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속력 만큼은 매 정권마다 모피아를 찾을 만큼 유명하지만 ‘밀고 당겨 주기’식의 인맥 고리가 다양한 의견을 일변도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는 모피아를 가리키며 “한국 경제는 재경부의 막강한 권력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그 권력을 등에 업고서 실패한 정책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과거 외환위기, 카드대란, 중도를 지키지 못하는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었다.

모피아의 ‘끈끈한 인맥’은 보은 인사라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참여정부 말기 기업은행장 공모 등에서 떨어진 배려로 2008년 한국수출입은행장을 맡게 됐다는 항간의 시선을 받았다. 진영욱 한국투자공사 사장 또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무부 국제금융과장에서 불명예 퇴진했지만 강만수 현 청와대 경제특별 보좌관의 신임으로 복귀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MB정권이 후반부로 접어든 올해 모피아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인가 다시 한 번 과오를 저지를 것인가는 지켜봐야할 일로 남게 됐다.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 교수는 과거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당시 모피아를 가리켜 “과거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재벌의 금융지배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무분별하게 대기업에 자금을 풀다가 비롯된 부작용을 비판한 것이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