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노짱?’ 이해찬의 대권연가 ‘찬·찬·찬’
2004-11-04 홍성철
하지만 이 총리의 최근 일련의 정치행보는 그동안의 평가를 무색케하고 있다. 과거 여야를 넘나들며 중립적 입장에서 거중 조정역할을 담당했던 총리역할을 거부한 채 대야 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총리의 이러한 파격 행보 배경에는 여권의 위기돌파 플랜이 맞물려 있을 것이란 시각이 중론이다. 실제로 여권은 참여정부 최대 국책사업인 신행정수도 이전 사업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전면 중단되는 등 총체적 국정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또 여기서 더 밀리면 ‘4대 개혁법안’ 처리 등 각종 개혁정책도 올스톱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따라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여권의 결연한 의지와 맞물려 이 총리가 정면 대응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을 것이란 관측이다.하지만 이 총리의 파격 행보 배경과 관련해 야권 일각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또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내포돼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노림수란 다름아닌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간의 이른바 ‘노무현-이해찬 대권 밀약설’. 뭔가 작심한 듯 달려들고 있는 이 총리의 공격적인 정치행보 이면에는 숨길 수 없는 그의 ‘대망론’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 탄핵정국에 이어 또다시 벼랑 끝에 몰린 노 대통령의 어려운 정치 입지도 이러한 밀약설을 부추기고 있다.이 총리는 위기에 몰린 노 대통령을 전방위로 방어하면서 참여정부의 각종 개혁정책 추진을 진두지휘하고, 노 대통령은 여권 차기주자 중 코드가 제일 잘 맞는 이 총리를 적극 지원한다는 게 밀약설의 골자다.두 사람간의 이러한 밀약설은 지난 6·30 개각때도 정치권 주변에서 잠깐 제기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6·30 개각 직전에 이 총리를 전격 발탁, ‘실세 총리’ 운운하며 그에게 한껏 힘을 실어줬다. 게다가 여권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돼 온 정동영(통일부장관)·김근태(복지부장관) 두 잠룡을 동시에 입각시켰다.자신과 코드가 맞는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던 당·정·청간의 원할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두 잠룡을 간접 관리하겠다는 노 대통령 나름의 포석이 담긴 개각이었던 것.
하지만 6·30 개각을 지켜본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각별한 정치적 인연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지난 88년 13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야 출신 초선으로 원내에 진출한 두 사람은 당시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이상수 전의원과 함께 소위 ‘노동위 3총사’로 명성을 날렸다. 이후 두 사람은 소속 정당을 떠나 서로 정치적 도움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인연을 이어갔다. DJ 정부 당시 내각(노 대통령-해양수산부장관, 이 총리-교육부장관)에 참여했을 때도 두 사람은 각각 지원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정치적 신뢰를 쌓아갔다.두 사람의 이러한 신뢰와 끈끈한 인연은 지난 2002년 대선때도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DJ 정부 당시 총선기획단장과 대선기획단장 등 선거기획통으로 명성을 날렸던 이 총리에게 선거대책본부 기획본부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고, 이 총리는 이를 수락해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첫 조각때 이 총리에게 국정원장을 제의했으나 이 총리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노 대통령은 이 총리를 가끔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청와대 개편 등 중요 인사를 단행할 때도 이 총리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다는 후문이다.이처럼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과 각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참여정부 2기 내각을 통솔하는 실세 총리로 발탁한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권 밀약설’ 의혹도 두 사람의 이러한 각별한 관계에서 기인하고 있다. 비록 이 총리는 총리 발탁때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대권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가 어느덧 대권주자군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노 대통령이 총리 발탁때부터 이미 이 총리를 차기주자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도 서서히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총리 발탁전에 청와대에서 이 총리와 독대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시기는 앞으로 2년 정도이고, 국정과제는 다 다듬어놨으니 차질없이 추진만 하면 된다”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임기보장과 함께 실세 총리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두 사람간의 ‘대권 밀약설’ 단초가 되고 있다.또 일부 여권 관계자들도 이러한 대권밀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정동영 김근태 두 잠룡 보다는 정치적 인연이나 코드면에서 이 총리를 더 선호할 것”이라며 “작금의 총체적 국정위기 상황에서 이 총리가 대야 투쟁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노 대통령을 방어하는 동시에 차기주자로서 몸집 불리기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또 “노 대통령 핵심 참모그룹인 386의원과 PK(부산·경남)사단이 최근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배경에는 노심(盧心)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총리가 위기정국을 타개하고 국정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면 여권내 유력한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