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실형’ 주요 증거 텔레그램 메시지…포렌식 복구 성공했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에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주요 증거로 채택돼 유죄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함에 따라 수사기관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철통보안'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비밀 메시지를 사실상 복구됐던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사 기관이 삭제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복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특검 등 수사 기관은 휴대전화 내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던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 30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지사 실형 선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모(50)씨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였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김 씨는 전화로 연락하기도 했지만 텔레그램 메시지나 시그널 메시지를 이용해 주로 대화나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1년6개월 동안 댓글작업이 이뤄진 기사목록을 전송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가 김 지사에 전달한 여론동향 관련 '온라인정보보고' 문건을 김 씨가 텔레그램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전략회의팀 채팅방에서 이야기한 것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면서 "이런 문건을 보낸 것으로 보아 김 지사가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댓글작업에 킹크랩 프로그램이 이용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지사와 김 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메시지를 통해 댓글작업에 필요한 기사 목록이나 URL 등을 전송했다. 김 지사와 김 씨는 텔레그램 일반대화방과 비밀대화방을 구분해 일반대화방에서는 일반적 대화를, 비밀대화방에서는 댓글작업 관련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판 과정에서 특검팀은 이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적극 활용했다. 특검팀이 공개한 김 씨가 경공모 회원들에 보낸 텔레그램 대화 내용 중에는 'AAA'라는 알파벳과 함께 링크된 기사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김 지사가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라는 뜻으로 통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유죄 근거로 적극 인용하며 수사 기관에서 텔레그램을 복구한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비밀 메신저로 알려진 텔레그램은 일정 시간 뒤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돼 대화 흔적이 남지 않는다. 삭제된 데이터는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삭제한 텔레그램을 복원했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반향이 예상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실제 수사기관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복구한 것은 아니다.
특검에 소속됐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 단계에서 수사팀 관계자가 김 씨 등의 휴대폰을 압수했고, 이 과정에서 삭제되지 않고 일부 남아있던 텔레그램 메시지를 스크린샷 형태로 확보했던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텔레그램 복구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 압수수색 단계에서 일부 대화가 다행히 남아있었고, 이 중에는 비밀대화방 일부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포렌식 전문가는 텔레그램 복구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얘기했다.
김현걸 디포렌식코리아 대표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휴대폰 기종이나 업그레이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출처 없는 소문으로 복원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보통 거의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구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텔레그램이 어떻게 관리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 "보통 비밀 메신저들은 해외에 서버가 있어 서버 확보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메시지를 저장하는 장치를 두지 않아 저장 기능을 없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