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의 두 얼굴

‘상’ 받아 웃고, ‘실적’ 때문에 울고

2011-02-15     이범희 기자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의 명암이 엇갈렸다. 지난 2월 7일 열린 제 1회 금융투자인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해 축하 박수를 받았다. 또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펀드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 펀드’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도 동종업계와 진흙탕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박 회장의 성공신화는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악평을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엇갈린 평가로 인해 박 회장 역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회장은 증권가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30대 후반에 창업하여 미래에셋을 대한민국의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한때 ‘박현주’라는 이름 석 자만을 믿고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 7일 수상한 금융투자인 대상은 당연히 박 회장이 받아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금융투자인상은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창립 2주년을 맞아 제정한 것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박 회장은 간접투자와 적립식 투자 개념을 국내에 심으면서 자산운용업을 금융투자산업의 탄탄한 한 축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상식 이후 박 회장에 대한 성난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부 고개를 들었다.

박 회장이 수상 이후 기자들과 나눈 인터뷰가 말썽이 되고 만 것이다.

박 회장은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을 팔면서 2.6~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 국내주식 펀드에 투자할 때 드는 총 보수가 지난해 말 1.64%인 것에 비하면 자문형 랩 수수료가 최대 1.4%포인트 가량 높다.

자문형 랩을 주도하는 삼성증권 측은 “랩은 수수료와 보수라는 개념을 구분하지 않고 비용을 일괄적으로 받는다”며 “1%에 달하는 선취수수료 등이 제외된 주식펀드 총보수와 비교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수수료 인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래에셋이 펀드 환매에 따른 운용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현재 급성장하는 자문형 랩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발언은 끊임없는 펀드 환매로 운용 부문이 위축되자 위기 돌파용으로 나온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셋이 모든 금융상품을 통틀어 가장 수수료가 높은 ‘인사이트 펀드’의 수수료를 낮추지 않으면서 자문형 랩 수수료가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운털 ‘톡톡’ 왜

일각에선 박 회장이 동종업계에서 미운털이 톡톡히 박힌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가 증권가에서는 마이더스 손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가슴에 치명적인 상처를 준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1998년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고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어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출범시켰다.

500억 원 규모로 출범한 ‘박현주 1호’는 2시간30분 만에 판매가 마감됐고, 박 회장의 주식운용 능력에다 증시 활황까지 겹쳐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해 ‘인사이트펀드’는 한 달 만에 4조 원어치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 쳤다. ‘인사이트펀드’가 출범했을 무렵 중국 주가는 6000선을 뚫었으나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는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박현주라는 브랜드를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은 자금유출도 증권사 중 ‘최다’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거액의 펀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온갖 악평이 난무했다.

이에 박 회장의 성공 신화가 한 낱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