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임창욱 회장 친인척 비리 논란

매형은‘불법 기술유입’ 딸은‘불법 건축’… 이게 웬일

2011-02-15     이지영 기자
대상그룹(회장 임창욱)이 잇따라 좋지 않은 사건들에 관련되면서 임 회장의 경영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임 회장 본인은 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지만 친인척 비리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딸인 임세령(와이즈앤피 공동대표) 대표의 건축물 불법 개조 사건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의 매형 관련 비리가 알려지면서 임 회장이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매형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상의 오랜 라이벌 업체의 기술을 빼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관련업계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임 회장의 좀 더 적극적인 집안 단속이 필요할 때라며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 회장은 종합식품 브랜드인 ‘청정원’을 통해 고객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해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300억 비자금 사건으로 잠시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오푸드’ 같은 유기농 브랜드를 성공시키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이런 임 회장의 경영 수완에도 불구하고 최근 친인척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임 회장이 곤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들은 대상그룹과는 별개로 임 회장 가족들이 벌인 일로 주목되고 있어 대상그룹 이미지 수습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의 악연

최근 국내 식품 대기업 직원이 바이오산업 핵심기술과 영업 전략을 경쟁업체에 빼돌린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경쟁사가 임 회장의 매형인 김종의 회장이 운영하는 백광산업으로 밝혀져 관련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석)는 “업무상 배임 및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전 CJ제일제당 부장 김모(5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1월 퇴직 압박을 받자 이에 앙심을 품고 경쟁회사에 영업 비밀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년간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일한 김씨는 2008년 11월 성과 저조자로 분류돼 명예퇴직 권고를 받게 됐다. 이후 김 씨는 사무실에서 ‘고객 분석 고객관계 강화AP’ 등의 대외비 문건과 기밀자료 등 총 8건의 영업 비밀을 PC에서 꺼내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김씨의 이런 사정을 우연히 접하게 된 백광산업의 영업이사 송모(53)씨는 백광산업에 입사하는 조건으로 김씨에게 CJ제일제당의 내부 자료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경쟁회사인 백광산업으로 이직을 결심, 지난해 4~7월에 걸쳐 CJ제일제당의 영업비밀 7건을 백광산업에 넘겼다. 그러나 송씨가 당초 약속과 달리 제대로 이직을 시켜주지 않아 유출한 문건의 일부만 송씨에게 넘겼으며 나머지 자료는 계속해서 집에 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유출한 자료에는 아미노산인 라이신 제품 생산 현황과 제조원가, 생산설비 현황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씨의 이직 관련 소문이 업계에 돌았으며, 이에 기밀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김씨를 주시하다가 라이신 관련 기술 정보가 짧은 시간 내 다량으로 USB 등에 저장되고 문서로 출력된 점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의 자료들이 백광산업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며, 아직 백광산업이 그 자료들을 가지고 기술화나 제품화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백광산업은 대상그룹 임 회장의 매형인 김 회장이 2008년 한국바스프로부터 라이신 공장을 인수해 지난해 3월부터 가동했다.

얼핏 보면 아무 문제가 없을듯해 보이는 이 라이신 공장이 원래는 대상그룹의 것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 회장이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대상은 1998년 라이신사업을 바스프에 6억 달러에 매도했다. 세간에선 그 공장을 10년 뒤에 대상그룹 임 회장의 매형인 김 회장이 인수해 운영한다는 점을 두고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불법 영업 불법 건축에 끄떡없는 장녀

이 뿐만이 아니다. 장녀의 행보도 임 회장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의 이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가 대상가로 돌아와 벌인 외식 사업체가 ‘불법영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 대표가 운영하던 ‘터치 오브 스파이스’ 종로점이 영업 공간으로 허가 받지 않은 옥상 부지를 개조해 메인홀로 활용해온 사실이 관할구청에 의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체 측은 건축 당시부터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면치 못했다.

2009년 오픈한 이 레스토랑은 대상그룹 외식부문 계열사로 그해 11월에 오픈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이색적인 인테리어와 퓨전 레스토랑의 조화로 손님들이 꽤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불법건축물 논란에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결국 종로에서 명동으로 이전 개업했다. 과징금을 완납한 와이즈앤피 측은 종로점을 자진 폐업하고 2호점으로 준비 중이던 명동에서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대상그룹의 도덕불감증이거나 임 대표의 경영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최근 연달아 터진 임 회장의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 “터치 오브 스파이스 건은 대상 측과는 무관하다”며 “다만 처음 매장 런칭 당시에 그룹 차원에서 홍보를 지원해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 기밀유출과 관련해서는 “자사와 상관없다”며 “백광산업에 전화해서 물어봐야지 우리한테 물어봐야 할 말이 없다”는 무심한 반응을 보였다.

세간에선 섣부른 외식업 추진으로 대상에 ‘불법영업’이란 딱지를 붙인 임씨와 CJ제일제당 기밀유출에 관련된 매형의 백광산업이 향후 대상그룹의 어떤 변수가 될지를 두고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