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오너일가 회사 밀어주기 ‘의혹’

‘미러스’ 증자가 이상하다

2011-01-31     이범희 기자
동양그룹(회장 현재현)의 비상장계열사인 ‘미러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설된 회사로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현 회장의 네 자녀가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러스는 향후 앞으로 동양그룹 계열사와 대규모 거래가 예정돼 있어 승승장구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네 자녀가 5억 원씩의 돈을 내 모두 20억 원을 출자했는데 첫째를 제외하고는 아직 20대여서 자금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 재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기업물량 몰아주기 의혹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미러스는 지난해 6월 설립된 비상장 기업이다. 동양그룹 내 통합구매대행(MRO) 비엔에스네트웍스의 지분 3만주(30%)와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미러스 생활건강의 지분 10만주(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소모성 자재 구매를 전담하는 회사로 알려진다.

이 회사의 지분은 현 회장의 부인인 이 부회장이 전부 소유한 회사였다. 자본금도 1억 원의 회사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의 유상증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한 인물이 현 회장의 네 자녀이기 때문이다. 현 회장의 자녀인 정담, 승담, 경담, 행담 등 4명이 각각 5억 원씩을 투자해 6650주씩 지분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42.92%로 낮아졌고, 정담씨 등 네 자녀가 각각 14.27%씩 총 57.0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더욱이 첫째 정담 씨를 제외한 3명의 나이가 각각 80년, 82년, 87년생이다. 때문에 이들이 투자한 5억 원에 대한 자금 출처도 일부 의심 받는다.


모 기업 대규모 물량 몰아줄 듯

이 회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오너 일가 말고도 또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미러스와 대규모 거래를 했거나 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의 주력계열사 중 하나인 동양메이저는 지난해 4분기 미러스와 177억1000만 원을 거래한 것에 이어 올해는 1834억 원 매입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동양시멘트도 올해 1416억3600만 원의 상품 용역거래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상장계열사인 동양게임즈도 지난해 4분기에만 미러스와 2천50만원의 거래가 있었다. 누보쉐프도 수백만원 대의 거래가 예정돼 있다고 공시했다.

그야말로 미러스는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 속에 빠른 성장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때문에 재계는 물론 시민단체들이 미러스를 기업물량 몰아주기 의혹의 한 사례로 꼽고 있다. 전형적인 사례들처럼 대부분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고, 모 기업의 사업을 토대로 급성장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오너일가의 유상증차 참여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러스의 경우 설립 자본금 1억 원이었던 운영자금임에도 불구 2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키로 했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자녀가 소유한 기업에 물량을 몰아주는 수법을 통해 경영승계 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거나 오너의 비자금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동양그룹의 미러스도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도 “합리적인 사업적 이유보다는 총수일가의 불법적, 사적 이유를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막대한 부를 물려주기 위한 방편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을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