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 김갑수 “민족감정을 거스른 게 치명적이었다”
박종진 “거래는 주고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받은 건 뭐냐” 이봉규 “사법부를 좌파로 넘기자는 하나의 시도” 함익병 원장 “'재판 거래' 전형적인 나쁜 이름 붙이기”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4일 공개된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에는 박종진 앵커를 비롯 김갑수 문화평론가, 이봉규 시사평론가, 함익병 원장이 출연했다.
박종진 앵커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언급하며 혐의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가 다 들어있다고 말하자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함익병 원장도 “이헌령 비헌령”이라고 말했다.
김갑수 문화평론가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상황에 대한 비판 대신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트렸다”면서 “뇌물 먹은 것보다 훨씬 엄중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출두 직전 대법원 앞에서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라’고 해 놓고는 ‘후배들이 거짓말하는 거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양 전 대법관의 잘못을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민족감정을 거스른 게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가 민족감정을 거론한 것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을 얘기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관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 대리를 맡은 로펌 김앤장의 한 변호사를 수차례 직접 독대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검찰은 김앤장 한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 관련 향후 소송 진행계획과 재판방식을 함께 논의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역할을 적시한 독대 관련 문건도 확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합 회부와 그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한 변호사와 여러 차례 만난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에 개입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지는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방송에서 토론자들은 ‘재판 거래’라는 혐의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박종진 앵커는 “거래는 주고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받은 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함익병 원장은 “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거래라는 이름을 붙였다”라며 “전형적인 나쁜 이름 붙이기”라고 비판했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불법 거래를 하면 안 되는 거지만 거래는 해야 한다”라며 “국가 대 국가가 망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청와대 입장에서는 우리는 지금 이런 상황이다, 김 비서실장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일련의 과정을 “사법부를 좌파로 넘기자는 하나의 시도”라고 규정하고 “음모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평론가는 “사법부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대통령의 권력에 맞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법부는 마지막 보루다. 사법부는 이념적인 편향성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다”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신뢰성을 잃었다. 검찰 자신들이 자살행위를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앵커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라며 “사법부의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죄인이라면 구속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점에서는 긍정적이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념이나 정치적인 갈등으로 구속이 됐다면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한 거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