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법정] 사법부, 양승태 향해 칼 빼들었다…전 대법원장 구속 ‘최초’

檢 vs 辯 구속심사서 ‘대격돌’…박병대는 이번에도 ‘귀가’  

2019-01-25     강민정 기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해 6월부터 착수된 ‘사법농단’ 수사가 일단락돼 가는 양상이다. 귀추가 주목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처리를 두고 사법부가 결국 ‘구속’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내밀었다. 사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지난 24일 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영상 발부 사유에 관해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근무할 당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갖는다. 주요 안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이다.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서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것을 넘어 직접 주도·행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첫 공개 소환했고, 이후 14일과 15일에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중대한 반(反)헌법적 범행의 최고 책임자라 판단한 검찰은 지난 18일 260여 쪽 분량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갖는다.

검찰은 구속 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 등의 취지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약 5시간 30분가량의 구속 심사 이후 명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사법농단’의 또 다른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는 박병대(62·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에도 이어 이번에도 구속을 면했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