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인터뷰] 정우택 의원 “친박계가 황교안 지지? 큰 오산… 원성 자자하다”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인 정우택 의원이 24일 “탄핵 이후 당을 심폐소생시킨 당사자로서 다시 한 번 그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겠다”고 당권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의원은 이날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총선형 당대표를 뽑는 자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한국당은 ‘新 보수’를 외치며 뛰쳐나갔던 이들이 다시 돌아올 정도로 보수 세력의 중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탄핵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위치를 지켰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정 의원이 있다. 4선 중진의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은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당을 안정기로 이끈 초대 원내대표다. 처참한 상황에 맞닥뜨린 정 의원이 선택한 것은 ‘당심’과 ‘인내’였다고 한다. 현재 정 의원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가 유력시된다.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 승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과거 ‘난파선’을 수리한 경험이 있는 정 의원이 보수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난파선 구경만 하던 베짱이, 부실공사 책임 지고 나간 사람,
무너져 가는 집에 난장판 치고 나간 사람... 당 대표 자격 있나!”
- “黃 지지율, 신규 등장에 따른 ‘거품 현상’… ‘미검증’·‘탄핵프레임’ 총선必敗”
-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원내대표로서 고군분투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 당시 당은 적통 보수 정당이라기보다는 갈등과 분열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난파선’과도 같았다. 당 사무처 직원조차 파업 중이었고, 당 전체가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언론에서도 ‘새누리당 언제 망하나’라는 게 제목으로 나올 때였다.
하지만 나는 보수 적통 새누리당이 무너진다면 보수의 맥이 끊어진다는 일념 하나로 당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온갖 수모와 굴욕을 각오하고 야당에 읍소했다. 대선후보조차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었지만, 당원과 국민들의 열정으로 당은 다시 심폐 소생하여 대선에서 제1야당으로서 2등을 차지한 바 있다.
다음 총선은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당을 당원들과 함께 심폐소생시킨 당사자로서 다시 한번 총력을 기울여 그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고자 한다.
- 단일성 지도체제가 채택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의 등판이 유력시되면서 전당대회가 대권 전초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주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총선에 승리하기 위한 총선형 당 대표를 뽑는 자리다. 당권을 발판 삼아 대권으로 가려는 후보는 다시 당을 분열과 갈등으로 가게 할 후보다. 이는 당을 위한 게 아니라 사리사욕에 불과하다. 당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후보들이다.
우리 당에는 여러 잠룡들이 있는데, 그 잠룡들이 혼자 독주하는 잠룡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온갖 질투와 비난의 화살을 던져 당대표를 흔들 것이다. 여기에 당대표가 대권을 위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한다면 당의 화합이 아니라 오히려 분열 또는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가까운 과거의 사례를 살펴봐도 여러 명의 대권 후보 중 한 명이 당대표가 되어 총선 공천을 하는 상황에서 분열과 갈등으로 당이 쪼개진 사실이 있다. 2015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에 당선되자, 그 해 12월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공천 방식에 반발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바 있다.
- 자유한국당이 최근 공개 오디션에서 당협위원장으로 선발된 친유승민계 인사들의 복당을 잇달아 불허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황교안 등판 효과’라는 해석이다.
▲ 동의할 수 없다. TK의 정서가 탈당한 사람을 다시 받는 것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이 크다. 그 결과일 뿐 ‘황교안 효과’는 아니다. 무엇보다 친박계 전체가 황교안 전 총리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탄핵 당시 황 전 총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데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 지도부는 계파 갈등이 없다고 하지만 결국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가 공천권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계파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 아닌가.
▲ 친박과 비박은 거의 희석됐다. 하지만 강한 친박 색채를 가진 황교안 전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계파의 대립이 다시 재현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그가 당권을 거머쥔다면 친박계가 다시 준동할 것이고 이 준동에 대해 비박계는 대응할 것이다. 정치생명이 걸려 있는 공천이 달려 있지 않나.
- 한국당 ‘최대주주’ TK에서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가 높게 나타나자 일각에서는 전대가 싱겁게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 박근혜 정서가 아직도 황 전 총리에게 묻어 있지만 이는 신규 등장에 따른 ‘거품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황 전 총리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리스크가 있다. 벌써부터 ‘3대 불가론’, ‘5대불가론’이 나오는 등 검증이 시작됐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그랬듯 중도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목 하에 각종 의혹과 인신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과 맷집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에서 ‘친박프레임’ 또는 ‘탄핵프레임’으로 소위 올가미를 씌워 선거 프레임을 가져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지도 못하고 방어만 하다가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다.
- 차기 당대표의 조건은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지금 당대표에 출마하겠다는 분들을 보면 과연 당 대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무너져 가는 집에 난장판 치고 나간 사람(김무성), 당원들이 피땀 흘려 집을 짓고 있는데 베짱이처럼 주변에서 구경만 하던 사람(오세훈, 황교안) 등이 있다. 오 전 시장과 황 전 총리는 이제 입당하면서, 신입 직원이 삽질, 벽돌 쌓기 등 기초부터 배우지 않고 건설소장이 되겠다는 것 아닌가. 여기에 부실공사(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나간 사람(홍준표)도 있다. 이런 분들이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당을 살려내고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던 당원과 국민들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다. 당권을 발판으로, 당권을 지렛대로 대권 후보로 가겠다는 사리사욕이 없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
- 지역에서는 ‘충청대망론’의 재점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내에서는 정진석 의원과 함께 충청대망론의 명맥을 이어갈 인사로 꼽히는데. 설을 맞아 한 말씀해 달라.
▲여야 모두 총선 승패가 충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 당대표로 충청권의 마음을 다시 얻는다면 수도권 후보들의 지지 확장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충청 대망론은 한 두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동서, 영호남 분할주의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중부권 시대를 열어 달라는 시대적 요구다.
그동안 캐스팅보트 역할에만 그쳤던 충청도민들이 이제는 그 중심에 서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충청이 단결하고 단합한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이제 ‘충청대망론’을 넘어 중원을 포용해 나가는 ‘중원대망론(충청·경기·강원·경북 북부·전북 북부 아우르는 지역)’을 품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