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국민은행 수상한 거래 논란

산업연수생 예금 지급 정지 국민은행이 도왔나

2011-01-18     이지영 기자
대우조선해양(회장 남상태)과 국민은행(은행장 민병덕)간 이상한 거래가 발생했다. 국민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요구에 따라 외국인 산업연수생 300여 명의 입금 계좌를 본인 동의 없이 지급 중지했다. 우리나라 금융법상 명백한 잘못임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져 그 배경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국민은행과 대우조선해양간의 ‘공모형 범죄’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2008년 ‘해외투자기업산업연수생(산업연수생)’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인 천위강(22)씨. 그는 최근 한국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국민은행에 예치된 본인의 예금과 적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정지되고 해지된 것.

‘은행업감독규정’ 제88조제2호 및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4조제8호에 따르면 당해 금융회사에 예치되어 있는 예·적금 등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약 또는 인출을 제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일이 발생해 황당했다. 더 큰 문제는 천씨 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산업연수생 300여 명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대우조선의 은밀한 거래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0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천씨는 대우조선해양이 중국 자회사로부터 위탁받은 산업연수생으로 조선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러나 그의 목적과는 달리 회사는 천씨에게 매월 70여만 원을 주면서 도장과 용접 업무 같은 단순하면서도 힘든 업무만을 시켰다. 이에 화가 난 천씨는 무단으로 사업장을 이탈했다.

거리를 활보하던 그는 은행을 찾았다가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쓸 수 없게 된 것. 급여는 물론 사촌형이 생활비로 부쳐준 돈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알고 보니 대우조선해양측이 주요 거래은행인 국민은행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측은 1년 동안 산업연수생으로 일하기로 했던 그가 사업장을 이탈하자 다른 곳에서 돈을 쓸 수 없도록 예금 지급 정지를 은행에 요청했다. 해당 은행은 예금주 본인의 확인 절차 없이 예금계좌를 지급정지 조치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천씨가 이탈한 뒤 국민은행에 그의 이름으로 한 달에 20만 원 씩 입금했던 적금해약을 요청했다. 역시 이번에도 국민은행은 대우조선 측 요구에 응했다. 가입자 동의 없이 적금 해약이 이뤄졌고 통장에 쌓여 있던 134만 원은 천씨가 아닌 대우조선에게 건네졌다.

예금주 동의 없는 계좌 폐쇄는 은행법 위반이며 강제 적금 가입과 압수는 근로기준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됐다.

이에 같은 해 12월 천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민은행은 답변자료를 통해 “연수생 13명에 대해서만 지급통제를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수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산업연수생이 대포 통장을 이용하는 등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어 지급정지 했다”는 해명자료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국민은행 불법 거래 혐의 축소 시도해

하지만 지급이 정지된 외국인 노동자의 계좌는 애초에 국민은행이 밝혔던 13건이 아니라 300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요구로 산업연수생 300여 명의 적금 계좌를 지급정지 했으며, 적금 계좌 수십 개도 본인 동의 없이 해약해 회사 측에 해약금을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국민은행은 “해당 직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빚어진 사고”라며 직원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박 의원은 “이는 기업과 은행이 공모해서 산업연수생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 장성훈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 부국장은 지난 11일 “국민은행에 관련 사실을 철저히 규명, 조치토록 요구한 바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1일 특별감사를 실시, 제재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자체 검사결과 및 조치내역을 정밀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혀 중징계가 내려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당초 국민은행 지급계좌 정지 사유로 제시한 ‘대포통장 등 범죄 우려’라는 설명은 당위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국민은행의 이번 지급정지 해지 조치가 대우조선해양의 협조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은행과 기업간 ‘공모형 범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국민은행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우려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은행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한 외국인은 “국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며 “기업과 주거래 기업이라는 이유로 외국인 보호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분노했다.

마찬가지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측은 “금융거래를 정지하면 돈을 찾을 수가 없어 회사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산업연수생들의 이탈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측에 이와 관련하여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책임자에게 전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