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이룬 CEO들
2011-01-11 이지영 기자
2009년 삼성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같은 회사 또는 계열사의 신임 부회장이나 사장으로 승진한 대기업 CEO가 많이 나타났다.
이들 신임 경영자는 모두 한결 같이 국내외 마케팅·생산 현장에서 혁혁한 성과를 일궈낸 야전사령관이거나 생산·기획 분야에서 탁월한 경영기법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장기 생존전략을 수립한 싱크탱크로 그룹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년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신임 통합수장에 오른 최지성 사장은 지난 1977년 삼성물산(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년차인 초년병 시절부터 유럽 등 글로벌 현장을 누볐다. 그는 반평생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회사 영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 사장은 사내 단독 CEO로는 처음으로 비공대 출신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현대차 김용환 사장과 현대모비스 정석수 사장도 평사원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김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유럽총괄법인장,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면서 그룹의 글로벌 전략 추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76년 9월 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대제철 관리·영업담당, 현대캐피탈 부사장, 현대파워텍 대표이사,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LG그룹에선 내년 초 정식 부임하게 되는 LG CNS의 김대훈 사장이 평사원 출신 CEO다. 김 사장은 지난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그룹 회장실을 거쳐 지난 1994년부터 LG CNS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이처럼 평사원 출신의 경영자들은 현장경영과 더불어 소통경영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반평생을 산업 현장에서 동료들과 한솥밥을 먹어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소통형 경영자들이다. 또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첫 평사원 출신 CEO에 오른 박기석 사장은 작년 부임 직후 가진 취임사에서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은 퇴보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낮춰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쌍방 소통을 통해 직원들과 공감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