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x파일] ‘초선’ 손혜원, ‘정치9단’ 박지원 왜 쏘았나
[일요서울l홍준철 기자] ‘정치9단’으로 알려진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초선’의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공방이 가관이다. 박 의원은 ‘싸울 일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난 상황이지만 자신을 “배신의 아이콘”이라며 비판한 손 의원에게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다시 “어디 감히 진정한 배신의 아이콘과 견주겠나”라며 받아쳤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과거)문재인 당 대표 배신하고 나가서 당 만들고, 안철수 후보 대선 끝나자 바로 배신 총 겨누고, 박홍률 (전) 목포 시장 지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공천 직전 배신, 다른 후보 공천하고…어디 이것뿐이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 의원은 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과 관련해 “손 의원 측 부당산 매입을 투기로 보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손 의원) 스스로 검찰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초선의원 ‘배신의 아이콘’vs정치9단 ‘투기의 아이콘’
이에 손 의원은 박 의원에게도 검찰 수사를 같이 받자고 요구했고, 1월 20일 기자회견에서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무너뜨릴 길이 있다면, 도시재생 뜻을 갖고 있는 후보가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그분 유세차 타겠다. 박 의원을 상대할 그런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면 제가 그분 돕겠다”며 박 의원을 겨냥했다.
손 의원의 ‘배신의 아이콘’ 지적에 박 의원은 다음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저는 손 의원이 투기의 아이콘이라 생각한다”며 맞받아쳤다. 이어 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를 배신했다는 지적에 대해 “손 의원과 제가 싸울 일이 아니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제가 굳이 일희일비해서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때 같은 당(새정치민주연합) 동지였고 당을 달리했을 때도 서로 ‘존경’을 표하던 손 의원은 왜 박 의원을 저격했을까. 손 의원은 박 의원이 목포시내 서산온금지구 고도제한으로 고층아파트가 건설되는 것에 대해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손 의원 “(박 의원이) 목포시장 세번 바뀔 동안 계속 목포지역 국회의원 하셨고 그 기간 중에 서산온금지구 고도제한 풀렸다, 사라지는 듯하던 서산ㆍ온금지구 고층아파트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즉각 “손혜원 의원께서 목포 서산온금지역 재개발사업과 조선내화 굴뚝 고로 등의 근대산업문화재 지정에 대해 박지원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의원은 “박홍률 전 시장, 김종식 현 시장 관계는 답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옹호했으나 17일 “두 채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많은 줄~”이라며 조금씩 거리를 두다가 18일 밤, 손 의원의 KBS 1TV 인터뷰를 고비로 완전히 돌아섰다. 손 의원은 이날 진행자가 “상임위에서 예산 증액 얘기도 하셨다, 공직자로서는 충분히 오해받을 만 한...”이라고 지적하자 “제가 한 게 아니고 박지원 의원이 하셨다고 본인이 말했다”며 박지원 의원 이름을 꺼냈다.
그러자 박 의원은 19일 새벽 페이스북에 “결코 쪽지예산이 아니며 합법적으로 증액, 정부의 동의를 받았다”고 상임위에서 예산을 타낸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손 의원이) 300여 명에게 부동산 구입을 권했다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복덕방을 개업해야 옳다”라며 “저도 속고 모두가 속았다, 이실직고하고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아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좋다, 박 의원 말대로 검찰수사 요청하겠다”면서도 “단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 sbs 취재팀도 반드시 포함해야한다, 조속히 (박 의원이) 답 주시면 바로 검찰수사 요청하겠다”고 응수했다.
손 의원과 박 의원간 첫 충돌은 201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한 지붕밑에 있었지만 이른바 계파가 달랐다. 그 때 ‘비문’계인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손 홍보위원장을 비꼬는 글을 올렸다.
친문 커뮤니티, “박지원 지역구 출마하라..” 여론 비등
그는 “손혜원! 새정치연합에 새사람이 와서 새롭게 당을 만들고 있다.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그 분을 좋아하고 소위 필이 꽂혔다”고 칭찬한 뒤 “차고 있는 시계가 7000만원 짜리(라고 하더라). 시계 콜렉터(수집가)로, 30여개 가지고 있다니 20억원?”이라며 손 위원장 재력을 알리면서 “손 위원장이 ‘문빠’라고 생각했다”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들은 손 위원장은 “여기 온 지 한달 됐는데 ‘아군은 없구나’란 생각을 했다”며 “(문빠라는 표현에 대해) 친노라고 안 해 준 게 감사하다”고 받아 넘겼다.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잘못 해석되니 손 위원장께 누가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 ‘시계’, ‘문빠’는 재미있게 졸필을 쓰다가 과했다. 선의로 봐달라”고 사과했다.
손 의원의 박 의원을 대놓고 저격하는 것에 대해 여의도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손 의원이 박 의원에게 싸움을 건 것은 투기 의혹의 초점을 흐리면서 현 정권 지지 세력을 등에 업으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본인은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목포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전남 목포 문화재구역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 터줏대감인 박 의원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한 점도 한몫했다.
탈당 기자회견장에서도 손 의원은 본인이 먼저 “혹시 제가 (차기 총선에서) 목포에 후보로 나올 것이란 질문은 없나”고 기자들에게 물은 뒤, 박 의원의 낙선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 의원 입장에서 목포 부동산 구입에 대한 공방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거나, 의혹이 해소될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당과 대척점에 있는 박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 목포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신에 대한 목포 시민들의 관점이 ‘투기다’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섰다’는 여론이 처음에는 비등했지만 박 의원을 걸고넘어지면서 친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함께 총선 출마시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재 박 의원의 지역구 상황도 좋지 않다. 몸담고 있는 민주평화당에 대한 호남에서 저조한 지지율과 고령(1942년생)으로 인해 새 인물을 원하는 지역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무소속으로 목포시장에 당선됐으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평화당 당적으로 재선 도전에 실패한 박홍률 전 시장과 평화당 소속 시·도의원의 참패로 인한 조직 붕괴 역시 아킬레스건이다. 손 의원이 박 의원을 대놓고 저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다목적 포석이 깔린 행위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