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법정] 기업인 ‘탈세’, 전 구청장 ‘증거 인멸·직권 남용·횡령’…결국 ‘돈’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이번 주요 재판은 모두 ‘돈’과 연관 있다. 먼저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우 각각 탈세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의 경우 ‘황제 보석’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은 5900만 원 상당의 지자체 비용을 횡령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1. ‘종합소득세 탈루’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징역 7년·벌금 700만 원 구형받아
대전지법 제12형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6일 대전지법에서 김정규(54) 타이어뱅크 회장의 탈세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이 치러졌다. 김 회장은 전국 타이어뱅크 일부 판매점을 점장들이 운영한 것처럼 꾸민 뒤 거래 내역 등을 축소 신고해 80억 원 상당의 종합소득세를 탈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공판에서 검찰은 김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0만 원을, 타이어뱅크에 벌금 35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대리점주의 진술과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다”며 “전국에 있는 타이어뱅크 매장들은 김 회장 지시에 따라 타이어뱅크연합회를 통해 자금 관리와 회계 등 모든 사항이 이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친·인척 임원들로 이뤄진 타이어뱅크 연합회를 통해 명의를 위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 변호인은 “타이어 판매가격 결정권한은 사업주가 갖고 있었다”면서 “매달 200여만 원을 사업자들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줬다고 주장한 것은 운영이 어려웠던 전 판매점 점장들이 악의적으로 증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0일 같은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 보석 중 ‘음주가무’ 논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법정서 “술집 가 본 적 없다” 토로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지난 16일 서울고법에서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에 대한 재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해당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억 원을 선고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흡연을 해 ‘황제 보석’ 의혹에 연루된 바 있다.
검찰은 “돈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이 전 회장은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혐의가 있는데도 법원에서 보석 허가를 받았다. (그러면) 스스로 자중하고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사회에 큰 물의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대기업 총수인 피고인(이 전 회장)과 모친이 장기간 회계 조작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차명계좌 채권으로 관리하며 오너 일가가 이용하고 조세포탈한 재벌 비리 사건”이라며 “이 전 회장은 중요 범행을 부인하고 모친이나 다른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정에 출석한 이 전 회장은 “제가 반성 없이 음주가무만하고 돌아다녔다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서만 몇 년을 갇혀 있었다”며 “집에 왔다 갔다 한 생활 자체가 길지 않다. 그리고 술집에 가 본 적이 없다. 이를 분명히 하고 싶다”며 ‘황제 보석’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전 회장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기본적으로 모든 일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인정한다”며 “(다만) 최소 185억 원대 부외자금은 회사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 피해가 모두 변제된 점도 양형에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변론했다.
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 없이 대리점에 섬유제품을 파는 ‘무자료 거래’를 하고, 가족과 직원 급여 등을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 자금 4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1년 1월 재판에 회부됐다. 또 주식 및 골프연습장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등 그룹에 900억 원대 손해를 입히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한 혐의도 지닌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여기고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2심은 그중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이 전 회장의 형량은 유지됐으나 벌금은 10억 원으로 감액된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고, 이후 항소심은 약 200억 원을 섬유제품 판매대금 횡령으로 보며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억 원으로 감형했다. 지난해 11월 25일 대법원은 조세포탈 혐의를 나눠 선고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이 전 회장이 보석 기간 중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는 내용의 방송이 보도되면서 ‘황제 보석’ 물의를 빚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14일 법원이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승인하면서 이 전 회장은 2359일 만에 재구속됐다.
3.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 항소심서 2년 6개월로 ‘감형’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안동범) 심리로 신연희(71) 전 강남구청장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당초 신 전 구청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신 전 구청장이 지인 취업을 청탁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업무상 횡령 5900만 원 부분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신 전 구청장은 1심보다 감형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관해 “피고인이 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업무추진비 등 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해 죄책이 무겁고, 부하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하면서 국가사법기능을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청장으로 일할 당시 활동사항이나 피해금원 3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신 전 구청장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강남구청 각 부서에 제공되는 격려금과 포상금 등 93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갖는다.
검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 전 구청장은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A씨에게 격려금 등을 간직하도록 한 뒤 이 돈을 동문회 회비, 지인 경조사, 명절 선물 구입, 정치인 후원, 화장품 구입 등 사적인 용도로 이용했다.
또 2012년 10월 강남구청이 요양병원 운영을 위탁한 B의료재단에 제부 박모씨를 취업시키라고 강요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지난해 횡령 사건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강남구청 전산서버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서울 강남구청 관리자급 간부 김모씨에게 지시했다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갖는다.
한편 신 전 구청장의 지시로 증거를 인멸해 재판에 회부된 김 씨에게는 지난해 11월 징역 2년 형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