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락…삼성전자·하이닉스 '회심의 미소'
2010-12-28 이형구 기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D램 반도체 생산 6위인 파워칩테크놀로지 및 7위인 프로모스테크놀로지와 자본통합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엘피다가 대만업체와의 자본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출혈경쟁에 따른 원가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72달러까지 치솟았던 1GB DDR3 D램의 고정가격은 11월 초에는 사상최저 가격인 1.5달러대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0.97달러로 떨어졌다. 1달러 선이 붕괴된 것이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대만업체와의 자본통합을 추진하는 엘피다는 지난 11월초 원가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D램을 23%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메모리 업계 세계 4위인 미국의 마이크론도 지난 9~11월 매출액이 22억50000만달러로 업계 전망치(23억7000만달러)를 밑돌았고 순이익은 1억5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감소했다.
이밖에 난야 등 대만 업체들도 월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후발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낮은 두 회사는 이번 기회에 일본, 대만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생산원가가 일본이나 대만업체보다 30~40% 낮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두 회사가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생산원가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공정의 효율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4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이 D램 생산의 절반을 넘는다. 하이닉스도 40nm공정이 30%수준에 달한다. 이에비해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은 여전히 50~60nm 공정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산공정이 10nm 미세해질 때마다 생산효율이 50~6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PC용 D램이 아닌 서버, 그래픽, 모바일용 D램 등 이른바 '스페셜티(specialty) D램'의 매출비중이 각각 40%, 60%에 달할 정도로 제품 포트폴리오도 뛰어나다.
모바일용 D램이나 그래픽용 D램은 PC용 D램에 비해 단가도 높고 가격이 안정돼 있어, 두 회사는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도 일본이나 대만업체보다 적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011년에 삼성,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투자증권 서주일 연구원은 "D램 가격의 하락은 대만과 일본업체들의 투자여력을 급속하게 악화시켜 설비투자 삭감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도 "현재 해외 경쟁사들이 제조원가 이하로 생산하고 있어 내년 1분기(1~3월)에는 큰 폭의 가격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내년 1분기 실적이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에 하락에 울고 있는 사이 세계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