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후계구도 시나리오 나올까

형 조현준은 재판 받고
동생 조현상은 차세대 리더 선정

2010-12-14     이범희 기자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고민이 깊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아직 기세가 등등하지만 후계구도를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3남인 조현상 전무가 세계경제포럼 차세대 글로벌리더 중 한명으로 선정되면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그의 형인 조현준 사장은 회사 돈으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징역형이 구형될 위기에 처했다.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기로 유명하지만 이와 다르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못해 후계구도 선정에도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조 회장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최근 공정위로부터 계열사를 누락신고했다는 혐의로 압박을 받고 있어 후계구도선정이 얼마 남지 않았냐는 소문이 힘을 얻고 있다. 사측은 “말도 안되는 낭설”이라고 일축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날카롭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김석우 부장검사)는 지난 12월 7일 회사 자금을 빼돌려 미국에 부동산을 산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미화 85만 달러를 구형했다.

검찰은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샀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점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충분히 입증된다"며 “대기업 집단과 특수관계인간 금전거래의 절차상 문제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 또한 최후진술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여러 사람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통해 의도와 목적뿐 아니라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해 혐의를 시인했다.

조 사장은 2002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별장과 사무실을 미화 450만 달러에 구입하는 등 2005년 12월까지 미국 부동산 4건을 구입하면서 효성의 미국법인인 효성아메리카의 자금 550만 달러(한화 64억 원 상당)를 끌어다 쓴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그의 동생인 조현상 전무는 같은달 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G20(주요 20개국) 관련 조직인 ‘YGL G20 이니셔티브'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G20 이니셔티브는 G20 국가를 포함한 주요국가를 대표하는 40여 명의 젊은 리더들로 구성되며, G20 정상회담 개최국에서 매년 개최된다.

행사기간 중 YGL 이니셔티브 멤버들은 국내 지도자들을 만나 서울 G20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글로벌리더들의 시각과 목소리를 국가 지도층 인사들에게 전달한다.

G20 이니셔티브의 전체 멤버에는 페브리스 세이만 루테시아캐피탈 사장, 클라우스 쉬밥 WEF 총재, 지미 웨일즈 위키피디아 창립자, 실바나 코흐메린 유럽의회 부의장, 마틴 로스테우 아르헨티나 전직 재무장관, 케빈 루 세계은행 CFO, 알레시아 모스카 이태리 국회의원, 니콜라이 프리아니쉬니코프 러시아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프랑수아 자비에 드 말만 골드만삭스 상무, 엘레나 리 CNN 아시아편집장 등 28개국 40여 명의 정치·경제·사회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조 전무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아젠다 위원회 멤버로 다보스포럼의 아젠다 선정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후계구도설 논란 증폭돼

때문에 조 회장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 후계구도를 선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동생과 형의 대결구도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남과 3남이 각기 다른 사업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도덕성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에게 회사를 넘기기에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효성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MB)의 사돈으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한 상태라 이번 장남의 검찰 기소는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조 회장도 검찰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증권가에서는 효성오너리스크로 인해 효성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 “효성 3세들의 해외 부동산 문제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건(7개 계열사 누락) 등 대주주 관련 잡음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주가 약세와 대주주 리스크 연관성이 어느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효성의 발목을 잡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1월 효성그룹을 이례적으로 고발했다. 계열사를 누락 신고한 혐의다.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 회장의 아들과 계열사가 보유한 7개 회사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 회사는 조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자산총액이 3천억 원을 넘는 회사다. 그야말로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때문에 편법 승계나 자금 창구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검찰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사태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하차해 후계구도설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재계의 전문가는 “효성은 앞으로도 당분간 조석래 회장이 이끌것이다. 황태자가 전면에 나서기에는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효성가 3세들의 혐의가 투명하지 못하면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함을 찾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효성의 한 관계자도 “후계구도설은 말도 안된다”며 “낭설이다”고 일축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