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패션사업 진출

패션산업 유통 판도 바뀌나

2010-12-14      기자
롯데백화점(이철우 사장)이 차세대 사업으로 지목한 패션 브랜드 사업부분에서 매출 3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롯데는 의류업체 ‘대현’의 계열사인 엔씨에프를 190억 원에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이 패션제조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의 패션사업 진출로 대기업 패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이 패션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살펴본다.

지난 8월 24일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만의 차별화된 브랜드와 신규 브랜드를 통해 패션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18년까지 패션사업으로 3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지분 투자와 국내외 패션업체 인수, 직매입 등 다양한 계획들이 담겨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경쟁업체인 신세계그룹의 패션 전문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같이 별도 법인으로 위용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이번에 인수한 엔씨에프를 별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직매입 상품 1000억 원 대 확대

엔씨에프는 일본 여성복 브랜드 ‘나이스크랍’의 라이선스를 2003년부터 인수해 운영 중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나이스크랍은 지난해 매출 431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2005년 글로벌 브랜드 사업부문 출범 이후 이탈리아 잡화 훌라와 제라르다렐, 타스타스 등 5개 브랜드와 일본 여아 전문 편집숍인 메조피아노를 직접 수입해 왔다.

롯데백화점은 2010년을 직매입 상품 확대를 통한 ‘상품 차별화 전략의 원년’으로 잡고 지난 4월부터 ‘롯데온리(Lotte Only)’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또 기존에 뚜렷한 표시 없이 판매하던 롯데 단독 상품의 BI(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해 통일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적용하고 있다. 모든 쇼핑백과 태그, 포장 등에도 통합 디자인을 사용해 고객 인지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직매입 상품 비중을 작년 60개 품목, 450억 원 규모에서 올해 180개 품목, 1000억 원으로 늘렸다.


백화점 유일 PB 상품 제작

롯데의 글로벌브랜드(이하 GF)사업부분 산하 독자 브랜드(Private Brand, 이하 PB)인 여성복 ‘타스타스’, 남성복 ‘헤르본’의 판권을 보유해 셔츠 및 의상을 위탁 생산하고 있지만 엔씨에프처럼 직접 제조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유통 차별화를 시도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의 관계자들은 이런 롯데백화점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주요 백화점들은 각자의 PB를 런칭해 의류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두 정리했다”며 “현대백화점의 밀라노스토리, 겔러리아백화점의 젬스테이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처음으로 트리니티, 사데 등의 브랜드명으로 PB상품을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은 PB개발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PB만으로 1997년 한 해 550여 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지만 2001년 하반기부터 수수료 매장에 비해 효율이 높지 않아 기존 의류자체상표를 모두 정리하는 등 PB사업을 대폭 줄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2000년대 백화점에서 직접 생산한 패션 브랜드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현재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를 소싱해 매장을 꾸미는 편집 매장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재고 부담을 떠안고 자체적으로 생산할 필요 없이 브랜드 발굴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롯데와의 차별화 포인트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백화점 이철우 사장은 “(PB 사업은) 롯데만의 차별화된 패션사업이 될 것이다”며 “이미 (롯데가) 유통이 갖춰진 만큼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공동 출자 방식으로 국내에 론칭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마케팅과 유통에 집중하고 사실상의 생산 체제는 전혀 없는 셈이다”며 “결국 롯데가 직접 생산체제로 전환해 성공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국내 패션제조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