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 “도대체 왜 이러나”

가시는 길 편히 모신다더니 서민 돈만 모셔

2010-12-14     이창환 기자
상조업계가 끊이지 않는 비리로 멍들고 있다. 보람상조(회장 최철홍)·한라상조(회장 박영배)·현대종합상조(회장 박헌준)에 이어 최근 국민상조(회장 나기천)까지도 횡령혐의가 포착돼 상조업계는 완전히 쑥대밭이 돼 버렸다. 최근 적발된 국민 상조는 회원 10만여 명에 전국 20개 지점을 갖고 있어 업계 선두권에 속한다. 검찰은 그러나 비리가 이들 4개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닐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지금까지 상조기업을 수사해 온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이하 남부지검) 차맹기 부장검사는 “상조회사도 주식회사처럼 돈의 유통을 감시하는 구조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조업계 비리 수사의 물꼬가 터진 것은 지난 4월 보람상조 회장의 횡령 사건이다. 보람상조는 회원들이 맡긴 돈 가운데 자그마치 301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발각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철홍 회장은 일가족 소유로 만든 장례대행업체인 보람장의개발을 이용하여 2년 넘게 보람상조 계열사 9곳으로부터 거액을 횡령했다.


업계 1, 2위 등 대형 4개 업체 줄줄이 쇠고랑

당시 문영남 보람상조개발 대표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람상조는 일년에 1만 건의 장례를 치르는 데 이를 모두 최 회장 소유의 보람장의개발에 하청을 줘야 한다. 보람장의개발은 원금 75%에 하청을 받고 사례금도 추가로 받는다. 360만 원 상당의 장례라면 보람장의개발의 매출은 320만 원 정도는 족히 되는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중 순 이익은 150만 원 정도. 보람상조 대부분 매출은 보람장의개발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표는 “최 회장은 보람장의개발을 통한 내부자 거래 외에도 직원들 상여금 삭감, 행사 미납금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려 정상 처리 하는 술수를 써 이득을 챙겼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가로챈 돈은 최 회장의 명의로 부산의 캐슬비치 호텔 매입(72억 원), 강남 역삼동 땅 구입(120억 원), 교회 건립, 부동산 매입, 자녀 유학, 정기예금 등에 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최 회장 변호사 측은 검찰이 횡령한 것으로 주장하는 액수 중 상당수는 실제로 장의 영업에 사용됐다며 “기업의 정상적인 계약을 횡령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7월 최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현대종합상조도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현대종합상조 박헌준 회장이 지난 11월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이다.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이사가 횡령한 금액은 131억 원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과 고 이사의 비리 행위가 2006년 10월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설립한 자회사에 영업을 일임하는 방식이 보람상조와 동일했지만 검찰 조사결과 더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개인계좌로 통하는 장의대행업체인 하이프리드서비스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돈을 횡령하면서 실적을 부풀리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챙긴 수익은 37억 원에 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그리고 회원 모집 ·장례 지도사·협력업체 보증, 물품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94억 원 또한 추가로 횡령했다.

이들은 빼돌린 공금을 박 회장 자녀 명의의 아파트와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개인 채무 상환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 발표 ‘상조서비스 최우수 상조 업체’로 선정된 국민상조 역시 그 내부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민상조 경영진들은 “범행일정표와 회계사까지 동원하는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려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국민상조 나기천 회장, 설립자겸 영업부회장 이길재, 장례행사담당 나모씨, 외부감시인 김모씨 등은 121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6일 구속 기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국민상조 영업부회장이던 이 씨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이사회 결의 없이 허위 수당 38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자신이 소유한 건강기능식품업체와 거래를 했다는 거짓 기록을 남겨 19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씨 단독으로 횡령한 고객 납입금만 59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1주당 5000원인 이 부회장의 주식 9800주를 회사가 92배인 45억 원에 산 것으로 꾸몄으며 장례행사담당 나모씨의 주식 4천주도 액면가 84배인 16억76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공인회계사 김씨는 이렇게 횡령한 돈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2억7000만 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회원 중 장례를 치르는 사람의 비율은 월 0.03%에 불과해 어느 정도 돈을 황령해도 표시가 나지 않아 당장은 피라미드가 유지되고 있으나, 부도가 날 경우 피해는 서민들인 고객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비리 뿌리 뽑지 않으면 서민 피해 불보듯

또한 “이들은 자체경영보다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 회원수를 늘이는 데에만 신경을 써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비리로 얼룩진 상조업계는 초토화 됐지만 검찰은 “아직 수사는 진행 중이며 국민상조의 적발로 수사가 더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외부적으로 견실한 평가를 받았던 국민상조의 횡령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주었으며 다른 상조업체들도 덩달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들 기업이야말로 “장례비용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쌈짓돈을 그대로 빼내가는 전형적인 민생침해사범”이라며 “상조 업계는 가입자만 300만 명이고 가족들까지 감안하면 약 1000만 명의 국민이 상조회사의 회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