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꺾인 오뚜기…함태호·함영준 부자 위기설

‘3분 요리’ 강자, ‘3분기 실적’은 저조

2010-12-07     박주리 기자

지난 3월 연매출 1조 원의 오뚜기 경영권을 승계 받은 함영준 회장의 경영행보에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주가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 시절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파가 불었을 때도 두 자릿수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던 오뚜기가 창립 41년 만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2선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어 2세 경영시대가 아직 내부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0년 만인 지난 3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취임 후 2·3분기 계속 실적이 떨어져 지난해 식품업계 매출 4위였던 오뚜기는 업계 5위로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카레, 마요네즈, 케찹 등에서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참치캔, 카레 등은 경쟁에 밀리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업계 경쟁사들이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비교적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유독 오뚜기만 매출과 이익이 준 것이다.


‘오뚝이’ 못돼나? 참담한 실적

지난달 12일 오뚜기가 공개한 3분기 보고서는 참담했다.

3분기 매출액은 3511억 원으로 전년대비 5% 감소했다. 이익은 더 참담하다. 23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0% 줄어든 138억 원, 당기순이익은 41% 감소한 12억 원에 머물렀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380억 원으로 전년대비 1.1% 줄었다. 영업이익도 27% 감소한 453억 원에 그쳤다.

품목별로도 전 부분 매출이 늘어난 분야가 없다. 조미식품류는 매출이 지난 동기보다 5.6% 줄어 1579억 원을 겨우 넘겼다. 업계 1위를 유지하는 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류 매출은 1735억 원으로 4.4% 감소했다.

간판제품인 ‘오뚜기 식용유’를 포함한 유지류 매출은 12.4%나 급감했다. 식용유시장에서의 점유율 또한 지난해 13.8%에서 올해 10.4%로 낮아져 1위 자리를 겨우 붙잡고 있다. 면류 사업은 그나마 2.2% 감소해 선전한 편에 속한다.


업계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해

유지류 시장에 불고 있는 웰빙트렌드에 발맞추지 않고 인기를 얻고 있는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 프리미엄급 유지류 마케팅을 소홀히 해 저가의 콩기름, 옥수수유 제품에만 주력한 것도 매출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수산물 부분에서의 부진은 더 심하다. 오양수산과 대림수산을 인수·합병한 사조그룹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도 하락했다. 지난 10월 오뚜기 ‘마일드참치’캔의 점유율은 11.6%로 사조해표(17%)에 5포인트 이상 뒤져 3위로 밀렸다. 매출은 전년대비 21%나 떨어졌다.

1000억 원대 카레시장 부동의 1위 ‘오뚜기 카레’ 역시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2000년 초반 카레시장 점유율 94%였던 오뚜기는 올 상반기 분말 카레시장에서 88%를 겨우 유지했다. 국내 최초 레토르트식품인 ‘3분카레’ 점유율은 지난 5월 70% 선이 무너졌다. 매일유업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일본 카레 및 소스전문기업 MCC사와 손잡고 내년에 냉장카레 ‘MCC고베식당’을 출시한다”고 밝혀 오뚜기의 카레시장점유율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이 같은 오뚜기 부진의 원인에 대해 마케팅 인력들이 타사로 이동해 영업에 일부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 사조그룹의 마케팅실장은 오뚜기 마케팅 부장 출신이다.


삼각편대 초반부터 삐끗

요즘 식품업체들의 경영구도 트렌드는 ‘창업주-전문경영인-창업주2세’의 ‘삼각편대’가 대세다. 농심, 삼양식품,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이 그 예다.

이는 전문경영인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사업의 다각화를 모색하기 위한 구도로 풀이된다.

오뚜기도 예외는 아니다.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과 함영준 대표이사 회장, 이강훈 대표이사 사장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지난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아들에게 아직 주식 전부를 증여하지 않아 여전히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율 17.46%를 보유하고 있다. 함영준 회장이 16.83%로 2대 주주로 있다.

일각에서는 함태호 명예회장이 함영준 회장과 전문경영인 이강훈 사장 위에서 여전히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어 업무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조흥, 면사랑 등 혈연관계가 있는 계열사를 움직이기가 수월치 않아 과도기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글로벌 식품회사 도약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 475억 원으로 지난해 549억 원에 비해 오히려 70억 원 이상 추락했다.

한편 오뚜기 주가는 저조한 실적과 불투명한 성장성 때문에 지난 10월 1일 16만5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최저치인 13만1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러한 매출감소 요인은 올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오뚜기가 성공적인 2세 경영시대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