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24%가 군대 안갔다

2004-10-08     이인철 
연예·스포츠 스타들의 ‘병풍’이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광범위하게 확대될 조짐이다. 이에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두 차례에 걸친 대권의 꿈을 좌절시킨 주된 이유가 됐던 터라 정치인의 병역비리는 자칫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17대 국회의원들과 아들들의 병역면제 사유를 해부했다. 병무청이 지난 6월 공개한 17대 국회의원 260명(여성의원 39명 제외)의 병역사항을 보면 197명이 병역의무를 마쳤고, 63명이 면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계비속(18세 이상 남자)은 전체 205명 중 25명이 면제를 받았다. 면제된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이 34명으로 가장 많고 한나라당이 23명, 민노당과 민주당이 각각 3명이다.

질병으로 인한 면제 25명
이 자료에 따르면 17대 국회의원들은 16대에 비해 병역의무를 마친 비율이 조금 높았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한 면제가 전체 면제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의원 본인의 경우 25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의원 본인의 경우 한나라당이 15명, 열린우리당 8명, 민주당과 민노당이 각각 1명씩으로 나타났다. 사유는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무종, 김태홍 의원은 고혈압,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중이근 치술 후유증, 원희룡 의원은 우증족 족지관절 족지강직 2개족지 이상으로 면제를 받는 등 다양했다. 또 눈과 관련(근시, 백내장 등)된 질환으로 면제된 비율도 높았다. 그러나 어떤 질환으로 면제된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이해봉 의원 등은 명부상 기록이 없었고, 같은 당 최연희 의원은 병명이 확인 불가능하다고 적시했다.

김태환, 김용갑 의원 아들 2명 면제

질환 이외에는 의원들의 경우 수형(시국사범)으로 인한 면제가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 등 20명,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등 3명, 민노당 조승수 의원 등 모두 24명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열린우리당 장덕구, 한나라당 이한구,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장기대기’, 한나라당 이상수, 안택수, 안상수 의원과 민주당 한화갑, 민노당 천영세 의원은 ‘고령’으로 인한 면제였다. 직계비속의 경우도 질병으로 인한 면제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열린우리당 이용희 의원, 한나라당 김기춘, 김병호, 김태환, 이상득 의원 등의 직계비속이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인해 면제를 받았다.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의 직계비속은 ‘기’질병외의 면제는 ‘고령’(한나라당 박성범), 국적상실(한나라당 김태환, 정의화), 신장·체중(한나라당 김덕룡, 김정부) 등으로 나타났다. 직계비속 면제 중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은 아들의 질병명을 비공개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김 의원은 정작 자신도 고혈압 등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또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두 아들은 ‘폐부분절제술’ ‘급성간염’으로 면제를 받았고 같은 당의 김태환 의원도 아들 2명이 각각 ‘수핵탈출증’과 ‘국적상실’ 등의 사유로 병역이 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