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人4色 인사개편

4대 재벌 임원진 잠 못이루는 연말

2010-11-30     이창환 기자
연말 인사개편 철이 다가오면서 삼성(회장 이건희)·현대차(회장 정몽구)·SK(회장 최태원) ·LG(회장 구본무)의 재편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중 삼성은 적극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하면서 전반적 변화를 꾀하고 있고 다른 세 그룹도 상당 폭의 인사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로 재계에 어떤 변화의 모습이 보일지 주목된다.

삼성의 연말 조직 재편성은 성과에 따른 교체를 넘어서 앞으로 삼성이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뤄졌던 61세 이상 CEO 퇴진과 50대 사장단의 선임은 이번 인사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끔 했는데 특히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였던 이학수(64) 삼성전자 고문의 퇴진과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젊은 삼성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연거푸 강조 했던 ‘젊은 조직의 필요성 발언’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재계는 전하고 있다.


삼성 사장단 한 번 더 젊어진다

이재용 사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다시 승진 인사에 포함돼 있는 것은 앞으로 40대를 필두로 한 인재등용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함께 기존 임원진과 계열 그룹의 사장단에게는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창석(60) 삼성테크윈 사장, 성영목(54) 호텔신라 사장, 지성하(57)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의 내년 3월 임기 만료와 지대섭(57) 삼성화재 사장, 박준현(57) 삼성증권 사장의 내년 6월 임기 만료가 더 주목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0) 삼성에버랜드 전무,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 등의 승진 여부도 이건희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문책 인사 추가될까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실적이 지난해 보다 좋았다” 며 “실적의 좋고 나쁨을 감안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인사개편 중점은 기아차 국내 영업과 현대차 해외 영업의 보상 인사와 현대 건설 인수 실패 문책 인사로 모아지고 있다.

물론 대대적인 물갈이를 선호하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봤을 때 현대차 역시 적지 않은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룹 내부에서는 현대건설 관련 문책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문책성 인사가 단행된다면 그룹차원의 인적 쇄신 차원의 개편이 점쳐진다. 반면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문책 하면 누가 나서서 일을 하겠냐”는 관계자의 단언처럼 큰 폭의 문책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은 수시 인사를 하는 것이 현대차 그룹 특징인 만큼 구태여 연말 인사를 대규모로 하지 않을 것이란 데 근거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 또한 현대차 인사개편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부회장이 세대교체의 중심인데 그의 승진은 이전 세대 CEO 4명의 퇴진과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그룹은 정의선 체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비슷한 연령대에서 인재를 찾을 것이라 대다수는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부회장만 14명에 달해 부회장단 규모가 비대한 편이어서 이들 중 몇 명은 세대교체를 피해갈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SK, 연말 인사를 2011년의 순풍으로

SK는 내년부터 정유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에 분사하는 주력계열사 SK에너지의 인사 폭이 관심사다. SK에너지는 석유와 화학 부문 CIC(회사내 회사)를 내년 1월 1일자로 물적 분할해 존속법인인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이와 관련 “해당 CIC를 맡는 경영진이 대부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재계의 예상은 조금 다르다.

새로운 회사가 2개 더 생기는 만큼 분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인사 폭은 달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SK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KT도 대규모 조직개편이 점쳐진다. SKT 인사는 통신업계의 스마트폰 열풍에 발 빠르게 대응함과 더불어 새롭게 떠오르는 태블릿 PC에서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리라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KT는 현재 정기인사를 위한 실적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지난 7월 출범한 중국통합법인 SK차이나의 후속 인사도 예상되고 있다. 박영호 SK(주) 사장 겸 SK차이나 총괄대표는 출범이후 SK차이나를 현지인 위주로 철저히 현지화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SK차이나 임원급 중 한국인 3~4명이 국내 소속 계열사로 복귀 했고 중국인 임원 3~4명이 추가로 영입된 것이 이를 반증하는 사례. SK차이나 전체 임원 중 중국 현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선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LG, 미리 예상된 대규모 개편

재계 쪽에서는 LG역시 대대적 재편성을 거칠 것이라 전망했는데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큰 폭의 인사개편이 있다” 고 밝힌 구본무 LG 회장이 전망을 사실화 했다.

LG는 최근 몇 년간 소폭 인사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LG화학을 제외한 주요 전자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빠졌기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긴장감을 높여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이미 LG전자는 임기 도중에 남용 부회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 LG전자의 수장이 된 구본준 부회장은 취임 당일부터 핵심사업인 TV와 휴대폰의 사령탑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핵심 전자계열사들 사이의 협업 정도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에 따라서는 계열사를 옮기는 임원급 인사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