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당일에 입찰서류 제출장소 공개?…현대건설 채권단의 '이상한' 행보

2010-11-15     이형구 기자
외신에 의해 '시숙과 제수'의 경쟁으로 불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채권단의 '이상한 행보'가 관계자들과 재계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입찰서류 제출 마감을 3일 앞둔 지난 12일 갑자기 입찰서류 제출장소를 변경한데 이어, 장소 공개 또한 마감 당일인 5시간전에 통보하겠다고 인수 후보자들에게 알려온 것이다.

14일 관련기업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측에서 입찰서류 제출장소를 변경키로 하고 장소를 본입찰 마감일인 15일 오전 10시에 통보해주겠다고 입찰 참여기업에 알렸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이뤄진 대형 인수합병(M&A) 사례 중 이처럼 마감일 직전에 입찰서류 제출 장소가 변경되고 당일까지 비공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인수전에 임박해 장소가 변경되면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그룹 등 해당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기업의 한 관계자는 "당초 정해진 서류제출 장소는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던 메릴린치 서울사무소였다"며 "장소 변경도 처음 있는 일이라 당혹스러운데, 입찰 마감시간인 15일 오후 3시를 불과 5시간 앞둔 10시에 알려주겠다는 건 뭔가 석연치 않다"며 채권단의 처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관련 M&A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졸속매각, 특혜의혹 등의 눈총을 받았던 채권단이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매각업무를 철리하는 것에 대해 무엇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현대건설 채권단은 장소 변경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11일에도 '비가격 요소가 중요하다'는 자료를 발표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의 한 M&A업계 전문가는 "비가격요소가 중요하면 그에 맞게 심사를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비가격요소가 중요하다고 자료를 발표하는 것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같은 초대형 M&A가 처음도 아니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2파전인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굳이 오해받을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 제출장소 변경이나 비가격요소를 중시하겠다는 채권단의 발표는 매각절차의 공정서을 훼손시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현대건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서류제출 후 이를 심사장소에까지 옮기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장소를 바꿨다"며 "M&A업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 특별한 이유나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