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내부 논란 확산
국내 금융권 우습게 보는 건가?
2010-11-02 박주리 기자
금융업계가 신한은행 내분과 우리은행 M&A로 시끄러운 가운데 SC제일은행에서도 인턴실적강요, 부동산 매각대금 의혹, 직원 횡령에 관한 안일한 대처 등이 노출되면서 기업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가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외국계기업이라 도덕적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 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반대로 국내 은행들 보다 더 불투명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행장 리차드 힐·45)이 운영하는 ‘세일즈인턴제도’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측은 선발한 인턴 직원들에게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성을 내걸고 영업 실적을 강요하면서도 타 은행보다 수당을 낮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인턴 제도를 도입한 SC제일은행은 영업현장에서 이들 인턴사원들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맡겼다.
인턴에게 무리한 실적 요구
이같은 ‘세일즈 인턴제도’가 세간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인턴기간이 1년으로 긴데다 인턴 각자에게 은행 신용 대출과 신용카드의 할당량을 주고 영업을 독려해 인턴들에게 과도한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강압적인 세일즈 인턴제도 때문에 지난해 채용된 100명 중 51명이 중도에 포기할 정도였다. 이들 인턴들에게 힘들었던 것은 신용대출과 신용카드의 할당량을 채워야 했었던 점이다. 인맥이 많지 않았던 이들은 정식 직원으로의 전환을 위해 지인들과 친인척들에게 카드 가입신청을 부탁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 인턴들은 100만 원보다 낮은 기본금 88만 원에 실적 건당 3000원 안팎의 수당을 지급 받았다고 한다. 영업을 장려하지 않았던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의 인턴 보수(약 100만 원)보다 낮은 금액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적은 금액과 실적 압박을 느끼면서도 중도포기하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한 이유는 오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은행은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 은행 측은 실적이 상위인 인턴 2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행하지 않고 정규직 채용 시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SC제일은행은 실제로 실적 등을 감안해 정규직 채용 시 서류전형에 합격한 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제2기 ‘세일즈 인턴제도’ 채용 공고 취업포털 사이트에 냈지만 인터넷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쇄도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세일즈 인턴제는 현장 활동을 경험케 해 금융기관 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말썽을 의식했는지 슬그머니 2기 인턴제의 기간은 6개월로 단축됐다.
고객명의 도용, 지점장이 18억 빼돌려
SC제일은행의 해이함은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SC제일은행의 한 지점장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대출한 사건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지점장은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던 고객 명의로 18억 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하지만 SC제일은행 측은 원인규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SC제일은행측은 이 사건이 2003년에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를 낸 지점장은 SC제일은행 전신인 제일은행 당시 근무했었으며 당시 근무하던 해당 지점의 직원들은 2005년 SCB에 인수합병 되면서 전부 사퇴했기 때문에 사건 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제일은행 고객 조모씨는 오랬동안 해외에서 지내다 지난해 국내에 귀국했다. 그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에 들렸다 자신이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악성 신용불량자’로 등재 돼 국내 모든 금융거래가 정지 된 것을 확인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이유를 파헤치던 조씨는 2003년 자신의 이름으로 제일은행에서 18억 원을 대출 받고 이 자금에 대한 금액이 상환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조씨는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접수해 “제일은행 지점장이 본인명의를 도용해 18억 원을 횡령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수 많은 피해를 보고있다”는 진정서를 보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SC제일은행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조사를 착수한 SC제일은행은 제일은행 시절 도산로 A지점장이 행한 범행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A지점장은 SCB에 합병되기 전인 제일은행에 일하던 지점장이며 사건이 발견된 지난해에는 이미 은행을 퇴사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SC제일은행 측은 문제를 일으킨 지점장에 대한 처벌이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처지다. 그 이유에 대해 SC제일은행 측은 “대출을 받으려면 여러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A은행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규명이 어렵다. 더욱이 합병 이후 재임했던 모든 임직원들이 바뀐 상태라 당시 정황 등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SC제일은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피해를 본 조씨의 악성 신용불량자에 대한 기록을 삭제하는 것 뿐이었다.
부동산매각 자금 행방 묘연
지난 달 SC제일은행은 보유했던 부동산을 매각해 얻은 3000억 원의 행방이 불분명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SC제일은행이 보유부동산 매각대금 사용처를 자세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터드(Standard Chartered)그룹에 합병된 2005년 이후부터 지난 8월까지 6년 동안 총 35건의 보유부동산을 3003억5900만 원에 매각했다.
SC제일은행은 25개 지점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 후 재임차했고, 중앙지점을 포함해 3건의 영업소 통폐합을 했으며, 포항합숙소와 우이동연수원 등 6건을 노후화로 이전했다.
유 의원은 국정감사를 위해 은행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SC제일은행 보유부동산 매각 현황’ 자료가 불충분하며 은행 측이 주장하는 3000억 원 재투자에 대한 해명을 뒷받침 해주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SC제일은행이 점포신설과 이전 임차보증금으로 104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히고 73개 점포를 신설하는데 820억 원을 투자했고 56개 지점을 이전하는데 330억 원을 투자했다는데 세부내역이 없다”며 “어떤 점포를 신설하고 이전했는지 알 수 없어 임차보증금을 이중계상한 것이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세부항목을 밝혀 국민을 납득시켜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점포 73개를 신설했다지만 75개 점포가 폐쇄돼 실제 점포수는 2개가 줄은 것으로 판명됐다. 유 의원은 “점포 매각가액이라고 발표한 금액이 다르다”며 “부동산 매각자금이 국외로 유출 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어 금융감독원은 SC제일은행의 국부유출 여부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제일은행은 공적자금 17조나 투입돼 회생시킨 국민의 은행이다”고 말하며 “국민의 혈세로 되살린 은행을 통해 교묘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는 SCB는 건전한 금융자본이 아니다”고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했다.
[박주리기자] park46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