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녀 공방 2라운드

‘갈수록 더 모르겠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핏줄 공방

2010-11-02     이범희 기자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손녀라고 주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리제트 리의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리제트 리 측과 삼성의 주장이 하루가 멀게 반박에 재반박의 연속이지만 서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월 27일에는 미국연방법원이 리제트 리의 집에서 삼성과 관련된 문건을 찾아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분석이지만, 삼성측은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더 이상 휘둘릴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본지 859호 보도 이후의 상황을 따라가 본다.

삼성이 지난달 28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그동안의 창업주 상속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인용 케뮤니케이션팀장은 “북미법인이 리제트 리에게 보냈다는 공문 등은 모두 날조된 것이다”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은 같은달 27일 미국 연방 검찰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리제트 리의 집에서 압수한 삼성전자 북미법인 공문에 리제트 리가 로스앤젤레스 근처 밴 나이스 공항에서 개최되는 비공개 행사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를 대신해 참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삼성전자 북미 총괄 기획홍보 팀장인 데이비드 스틸 전무의 서명도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안으로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데이비드 스틸 전무의 서명은 평소에 그가 쓰는 서명과 육안으로도 다르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공항 장소를 임대를 하고자 한다는 공문에 가족 이력을 설명할 이유는 상식적으로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삼성그룹은 데이비드 스틸 전무의 신용카드 및 면허증, 은행통장 등의 사인과 원본 공문 등을 공개했다.

리제트 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때 삼성전자 북미법인에 연락해 와 삼성전자의 LED TV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는 것. 이에 삼성전자는 금액이 적음에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이라는 점을 고려, 홍보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해 리제트 리가 운영하는 에이전트사를 통해 LED TV 10대를 판매, 만족스러운 비즈니스를 했다.

이후 리제트리는 다시 삼성전자에 연락을 해와 삼성전자가 출시한 3D LED TV 9000시리즈를 VIP를 대상으로 홍보마케팅을 공동으로 하자는 제안을 해와 삼성전자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지난 6월께 캘리포니아의 밴노이스 공항 중 일부를 임대키로 하고 공항에 관련 이벤트가 열림을 확인하는 문건을 공항과 리제트 리에게 동시 발송했다.

그러나 리제트 리가 이 문건에 삼성가의 3세 라는 문구를 넣고 데이비스 스틸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의 서명을 위조했다는 주장이다.

삼성과 리제트 리와의 관계는 단지 사업적 이해 당사자였을뿐 전혀 오너 일가와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부사장은 “(상속녀)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대 회장이 돌아가신 지 23년 된 최근 (고 이병철 회장과의) 어떠한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내부적으로 충실히 확인 한 결과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숱한 의혹을 제기했던 모 언론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또 다시 말 바꾸기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방법원이 리제트 리의 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서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네티즌들도 이번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변호사에 보석까지 생각할 정도면 재력의 배경이 있다는 얘기일 것 같은데, 평범한 시민은 아닌가 봅니다”라며 의구심을 표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리제트 리 뭘 노리고 이렇게…”라는 글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냈다.


법적 문제 재차 검토 중

삼성은 이번 사태와 관련, 가만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사장은 “리제트 리의 주장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숱한 의혹에도 법정 검토를 미룬 이유가 있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그는 “리제트 리의 상속녀 주장이 나왔을 때, 삼성은 공신력 있는 기업으로서 책임을 느꼈다”며 “지금까지는 일방적 주장이었기 때문에 소송이 적절한지 판단을 미루고 있었지만 ‘리제트 리 문건’으로 보도가 된 만큼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리제트 리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내연녀의 손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적 증거를 제시해 왔다.

반면 삼성 측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이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피해온 인상이다. 한마디로 잘못 끌려 들어가면 상황을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문서와 관련 삼성이 4개월간의 관망 자세를 버리고 공식적으로 이 부사장까지 나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진데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시각부터 ‘드디어 결정적인 반박 자료를 찾았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결국 세간이 보는 시선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상속녀라는 확증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이 당분간 진흙탕 싸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삼성이 마약녀라고 주장하는 ‘리제트 리’ 사건이 오리무중 속에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