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母子간 주도권싸움이 시초?
2010-10-26 박주리 기자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모자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와 주목받는다. 경영권을 둘러싼 이선애 여사(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부인)와 삼남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갈등이라는 것이다. 태광그룹은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석유화학 섬유계열, 티브로드 한빛방송 등 케이블 영역, 흥국생명, 쌍용화재, 고려상호저축은행 등 금융, 레저 부동산 등 총 5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서열 40위권에 있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은 외부 노출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베일 속에 갇혀있던 태광그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태광 그룹 속으로 들어가 본다.
태광 그룹 이호진 회장은 이 여사의 3남 3녀 중 막내아들이다. 장남인 이식진 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아 부회장까지 올랐으나 2003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식진씨의 아들이며 장손 원준(32)씨는 당시 25살로 경영권을 물려받기엔 나이가 어렸다. 차남인 이영진 씨 또한 1994년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나 경영권은 삼남 이 회장에게 넘어갔다.
장자승계원칙인 경영권 때문
유교적 가풍이 강해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태광그룹에서 장자승계 원칙대로라면 30대인 원준씨가 차기 경원권자가 된다. 이 여사 또한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원준씨에게 태광산업 등 주요 계열사를 물려주고 싶어 했다. 이 여사는 이 회장에게는 흥국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물려줄 계획이었지만 경영권을 잡고 있는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 회장은 장손인 조카를 의식하며 실질 경영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자신의 아들로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정지작업을 했으며 이것이 이번 검찰의 수사를 불렀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그는 16살인 아들 현준군에게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편법 증여하면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늘렸다.
원준씨는 지난 2003년 삼촌인 이호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이 회장의 태광산업 지분(15.14%)보다 많은 15.57%를 보유하고도 지분확대가 막혀 지분율은 계속 줄어 현재 7.49%에 불과하다.
이선애 여사와 이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와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다. 며느리 신유나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로 여섯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의 딸이다.
롯데와의 관계로 껄끄러워진 시모-며느리
2006년 롯데그룹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장인과 사위 사이가 껄끄러워졌다. 당시 태광그룹은 우리홈쇼핑 주식을 45%이상 취득해 최다출자자 지위를 획득했지만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그룹이 공격적으로 우리홈쇼핑 지분 53%를 인수, 1대주주가 되면서 태광그룹은 2대주주로 밀려났다.
태광그룹은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방통위가 2006년 12월 롯데쇼핑을 우리홈쇼핑의 최다액 출자자로 변경한 처분은 무효”라며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7년에도 롯데그룹의 우리홈쇼핑 인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한 차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일로 당시 이 여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인 며느리 신씨를 멀리하기 시작했다는 풍문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 가족은 이 여사와 같이 살던 장충동 본가에서 나와 분가까지 해야만 했다.
그룹 내부 갈등도 한몫
그룹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이 이번 사건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이 경영을 맡은 2000년도 후부터 공격적인 M&A를 통해 방송과 금융 쪽에 그룹의 최우선 순위가 넘어가 기업의 모태인 섬유화학 분야 임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과 재계는 “이 회장의 경영행보에 불만을 품은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넘겼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