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현대차의 출사표

“현대건설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키운다”

2010-10-26     이범희 기자
국내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되면서 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과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인수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국내 1위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국가경제 및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M&A라는 점에서 시장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의 각오는 비상하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현대건설 인수 이후 발전 방향과 비전 등을 담은 청사진을 공개하며 최강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청사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 적극 개척, 사업모델의 고도화, 부가가치 상품의 확대를 통해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업체’로 육성, 2020년 수주 120조 원, 매출 55조 원의 글로벌 선도기업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야심찬 계획을 집중 조명해 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사업부문을 장기적으로 ▲3대 핵심사업(항만 준설 초장대교량 등 해양공간 사업, 화공플랜트 사업, 발전 및 담수플랜트 사업) ▲4대 지속사업(주택, 건축, 도로, 국내부동산개발) ▲5대 녹색사업(고속철도 등 철도 사업, 전기차사업, 해외원전 사업, 풍력 연료 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사업 ▲6대 육성사업(스마트그리드,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 자원개발사업, 철강플랜트 사업, 해양플랜트사업, 해외 SOC 사업, 해외부동산개발부문)등 4개 사업 분야로 분류, 지속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대건설을 기존 ‘시공 위주의 기업’에서 기획·엔지니어링·운영 역량을 더욱 강화,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현대건설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현재 9만여 명인 현대건설 직·간접 고용 인력을 2020년에는 41만 명으로 늘려 32만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낸다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야심찬 계획이다. 신규고용창출 인력 32만 명 중 신규인력 채용비율은 12%(4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청년실업 해소에도 적극 나선다는 것.


자동차-철강-건설 미래 3대 핵심 성장 축으로

이는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공장 설립 시 부품사의 동반 진출을 유도하여 국내에서와 같은 수준의 품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에 도움을 준 경험을 적극 활용, 현대건설의 1, 2차 협력사 또한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동반성장 의지에 부합되도록 현대건설의 협력업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품질교육 및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교육훈련에도 지원할 방침이다.

인수자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자금력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독자적으로 참여한다. 관련 계열사의 양호한 재무실적을 바탕으로 M&A 및 신규 투자 확대를 위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 또는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시 과도한 경영권 및 수익률 요구의 부담이 있으므로 현대건설의 인수에 그룹 내부 자금을 이용할 계획이다.

무리한 차입에 의한 인수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사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업인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 그 자체가 아니다. 인수 이후 얼마나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현대차 그룹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자동차그룹으로 계열 분리 이후 자산총액 36조 원, 재계 서열 5위의 기업에서 자산총액 100조 원, 4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며 매출액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재계 2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기아차 인수 성공 경험 인수 바탕으로 삼을 것

지난 97년 현대차로 인수된 기아차는 국내외 전문가들 및 자동차 업계에서 경영정상화에 대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99년에 1824억 원 흑자를 냈다.

기아차는 지난해 세계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호적인 환율 여건과 각국 정부의 자동차 수요 진작정책, K7과 쏘렌토R 등 신차의 성공적 출시 등에 힘입어 ▲판매 114만2,038대 ▲매출액 18조4,157억 원 ▲영업이익 1조 1,445억 원 ▲당기순이익 1조 4,503억 원을 기록해 판매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간의 행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건설의 인수도 친환경사업의 또 다른 축인 건설업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와 함께 건설과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미래 친환경 사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데 현대차그룹은 보다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건설 인수로 원전 등의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에코 밸류 체인 완성이 가능하다.

아울러 지능형 도로 교통망 구축, 친환경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예상되는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녹색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며, 기존 현대차그룹 사업인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도 연계가 용이하다. 더불어E&C(엔지니어링&건설) 사업의 진입은 녹색사업에 있어서 또 다른 신성장사업의 플랫폼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건설에 13조 원, 운영에 11조 원 등 총 24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하고, 총 800만 톤의 고급 철강재가 국내에 공급되면 80억 달러 상당의 수입대체 효과가 창출돼 철강 무역수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1,200만 톤으로 생산규모가 확대되면 생산 및 고용유발효과와 수입대체 효과 등 경제 파급효과가 더욱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비지니스 파트너 절실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건설 매각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너지 창출을 통한 동반성장 가능성, 현대건설의 중장기적인 성장 및 육성을 위한 충분한 투자 재원 및 자금조달 능력, 글로벌 기업육성 경험 및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투자 및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통해 현대차 브랜드는 현대건설 성장의 가속엔진 역할을 할 것이며 현대건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채권단이 단순히 인수 가격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제2의 대우건설, 쌍용차가 나오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채권단은 가격뿐 아니라, 채권단이 재무적 건전성, 사업 역량 등의 요소를 심도 있게 고려해 기업과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수자를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현대건설은 어떤 회사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경쟁을 벌이는 현대건설은 어떤 회사일까.

해방 직후인 1946년 4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두 명의 동업자와 함께 아도자동차수리공장을 인수한다. 쓰러지기 일부 직전의 공장이었다. 이후 ‘현대자동차공업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 명예회장은 눈에 번뜩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은 자동차 수리비로 30만~40만 원을 받은 데 반해 건설업자들은 이보다 많은 돈을 받아 가는 것이었다.

그 길로 정주영 명예회장은 정비소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란 간판을 내걸었다. 건설업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1947년 5월 25일의 일이다.

건설업은 불도저 같은 정 명예회장 스타일에 딱 맞았다. 이에 정 명예회장은 1950년 1월, 현대토건과 현대자동차공업을 합병, 지금의 현대건설을 설립했다.

이후 현대건설은 회사 창립 이래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초창기 현대건설은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이었던 한강 인도교를 시작으로 서울~수원 간, 서울~의정부 간 국도를 국내 최초로 아스팔트로 시공하며 토목공사의 선두주자로 나선다. 이후 당시로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던 고속도로 공사에 도전해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을 잇달아 완공, 한국 건설기술을 진일보시켰다.

교량 분야에서도 설계에서 시공까지 국내 기술로 건설한 최초 교량 양화대교(당시 제2한강교) 건설을 비롯해 거제교, 강화교, 한남대교(당시 제3한강교), 서울대교, 잠실대교, 마포대교 등 굵직굵직한 장대교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국내 최초의 대단위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공사를 시작으로 세운상가아파트, 한남동 외인아파트 등을 지속적으로 건설, 아파트 건설을 주도했다. 아파트 외에 조선호텔, 코리아나호텔 등 다수의 호텔을 시공하며 고급 건축물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최근에는 청계천 복원 공사, 성수대교 복구공사를 비롯해 국내 최대 컨벤션센터인 아셈타워 등을 수행했다.

세계 최장 방조제인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마무리하는 등 국내 건설기술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 건설사의 산증인 역할은 물론 현대가의 가풍을 이어온 기업이라 하겠다. <범>



##실패사례로 본 M&A

금호아시아나 그룹, 쌍용차 경우가 대표적

전 세계 많은 기업이 M&A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기업 성장의 또 다른 창출기회로 사용하는 것. 반대로 M&A가 그 기업의 앞길을 막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수자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여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M&A 이후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간에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며 M&A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해외 자본이 ‘먹튀’ 논란을 일으키며 국내 경제에도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무리한 차입으로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의 길로 들어선 대표적인 사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의 대우 건설을 인수할 당시, 금호그룹은 인수 금액 6조 원 중 절반에 가까운 3조 원을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조달했다. 재무적 투자자들과 주가가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는 3년간 무려 9%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 같은 조건은 주가가 결국 이자의 누적분을 상쇄할 만큼 가격대가 오르지 않으면, 3년 후에 금호그룹이 그 차액을 보상하고,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되사오는 방식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대우건설의 주가는 기준가격 대비 턱없이 낮았고, 주가하락으로 금호그룹이 지불해야 할 옵션비용이 무려 4조 원대에 이르면서 금호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결국 자금력 부족으로 재무적 투자자에 과하게 의존하고, 무리한 컨소시엄 약정으로 금호그룹은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내놓고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과도한 차입을 통한 인수의 위험성과 ‘승자의 저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외국자본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먹튀’ 논란에 빠진 경우도 있다.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가 그렇다.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의 지분 48.92%를 매입하면서 쌍용차를 인수하자 시장에서는 인수 목적을 쌍용차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는 쌍용차의 기술이전으로 보고 우려를 나타냈다. 쌍용차의 지분 48.92%를 불과 5900억 원에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시장의 예상대로 쌍용차의 기술을 노골적으로 이전했으며, 체어맨 엔진 생산 시설도 중국으로 옮겨졌다.

뿐만 아니라, 쌍용차를 공식 인수한 뒤에도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지급해야 할 기술료도 지급을 미뤄가며 급기야 자본 잠식상태도 아닌 회사에 대해 끝내 쌍용차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먹튀(기술만 유출한 뒤 철수)’ 논란을 일으켰다. 한 M&A 전문가는 “인수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에 치중하고 기술 유출의 위험성이 있는 해외자본에 국내 대표 기업을 매각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기업의 미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해외 전략적 투자자의 경우 투자목적, 조건 등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