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의혹' C&그룹 핵심 잇따라 소환

2010-10-25     정재호 기자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C&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구속된 임병석 C&그룹 회장이 외부인사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 로비 핵심 관계자 A씨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C&그룹의 대출 비리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A씨가 C&그룹의 공격적 인수합병 과정에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판단, 한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A씨는 로비사실을 전면부인하며 소환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소환이 이번 수사의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소환을 지속적으로 거부할 시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A씨 외에도 정치권 출신의 전 우방기업 호남 담당이사 B씨도 금명간 소환, 정관계 로비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인수합병 당시 충분한 자금이 없던 C&그룹이 은행권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은 부분에도 주목, 정관계 인사를 통해 은행에 불법으로 압력이 가해졌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C&그룹이 C&우방, C&해운 등 알짜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은행권으로부터 대출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충분한 자금이 없던 C&그룹에게 대출을 해주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는지, 은행 관계자에게 불법로비가 진행됐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C&그룹의 은행권 출신 이사와 감사, 증권계 출신 부사장, 정부부처 출신 간부 등 핵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날 C&그룹 자금 관리 직원 5~6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임 회장이 법정관리를 받던 효성금속을 2006년 6월 인수할 당시, 법원에 효성금속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실을 감춘 채 M&A를 성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효성금속 인수 재무담당자와 대출해준 금융기관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이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은 이번주 정관계 불법로비에 대한 정황을 구체화한 뒤, 이르면 주 후반 늦어도 내주초에 정치권 인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검찰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사고 있는 임 회장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임 회장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C&우방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계열사 회계장부 등을 조작해 거액을 대출받고, 계열사 부도를 막기 위해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편법으로 지원하고 분식회계로 이를 무마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사업을 하면서 정치인과 금융계 인사도 만났다"는 취지로 자신의 정관계 불법로비를 일정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사실상 '휴면기업' 상태인 C&그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인수합병으로 41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여년간 정권 실세들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임 회장이 전남 영광출신인 점, 그룹이 호남에 연고를 두고 성장해 온 점 등에 주목, 이번 수사가 거물급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검찰 안팎에선 야당 정치인 2∼3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대구 기업인 건설회사 우방, 범효성가 기업인 효성금속을 인수하는 등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온 점을 감안할 때, 여야 정치인이 두루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대검 중수부가 지난 수개월간 10여개 기업의 비리 의혹을 내사, 서열 20위권 안의 기업 1∼2곳의 비자금 조성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