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공업, 풍력·태양광시장에서 '빅뱅'조짐

2010-10-14     박상희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풍력 및 태양광 시장에서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조선업을 선도해 온 국내 조선·중공업 업체들은 2000년대 후반 일제히 풍력과 태양광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언, 친환경을 테마로 한 블루오션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난 13일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을 주축으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201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선 빅4, 풍력사업 진출

풍력발전 시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조선기자재 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조선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거대하고 육중한 블레이드(날개)와 타워(몸체) 등이 선박의 엔진 프로펠러 등 조선기자재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 풍력 발전설비 공장을 설립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국내·외 업체로부터 풍력발전기를 수주, 생산 중이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해외 유수 풍력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총 사업비 1057억원을 투자해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내 13만2000m² 부지에 국내 최대 풍력발전기 공장을 지난 3월 말 완공,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1.65㎿급 풍력발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 2.0∼5㎿급 육·해상 풍력발전기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 해, 오는 2013년 생산능력을 연간 최대 800㎿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2.5㎿급 풍력발전설비 1호기를 국내 풍력발전 설비업계 최초로 수출한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 거제조선소 주변 부지에 연간 500 ㎿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건설했했다. 이 공장은 2.5㎿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200기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미국의 풍력업체인 드윈드(De Wind)를 5000만 달러에 인수, 풍력발전 설비 분야에서 퀀텀점프(대도약)에 성공했다.

드윈드는 750㎾, 1.5㎿, 2㎿급 터빈을 개발해 유럽, 중국, 남미, 미국 등 총 760㎿ 규모에 이르는 710기의 터빈을 성공적으로 판매, 설치한 바 있는 경쟁력 있는 업체다.

STX는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하라코산유럽(現 STX윈드파워)을 인수, 육해상용 풍력발전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캐나다, 중국 등 해외진출도 가속화

풍력발전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해외진출도 활발해 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풍력발전 분야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진출한다. 지난 4월 산둥성 웨이하이시 정부 및 다탕산둥발전 회사와 풍력발전설비 합자사 설립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합자사는 향후 2㎿급 풍력발전기용 터빈을 연간 최대 300대, 600㎿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2011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은 풍력 발전기를 생산, 공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풍력발전단지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남부발전, 효성, 삼협건설 등 3사와 태백풍력발전주식회사를 공동 설립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태백에서 국산 풍력발전기 10기(20㎿)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태백풍력발전단지' 착공식을 가졌다.

지난 1월에는 정읍, 남원시 등 전북지역 동부산악권에 풍력발전기 200기를 200㎿ 규모로 설치해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풍력발전기 생산 매출만 약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캐나다에 진출한다.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 주와 합작법인을 설립, 이 지역 전력회사와 풍력발전 설비를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신설되는 합작법인은 연간 최대 600여기의 풍력발전기용 블레이드와 250여기 타워를 생산, 2억3000만 캐나다달러의 상당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대우조선해양은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 신설법인과 미국 드윈드를 양 축으로 북미 지역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한 뒤 유럽과 중국 등지로 시장을 확대해 2020년까지 세계 시장 15%를 차지하는 3위권의 풍력 설비업체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현대重 등 태양광 사업도 진출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일괄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사업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그린에너지 전문업체인 마티네 에너지사와 총 7억달러, 17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 공장에 태양광모듈 320㎿, 태양전지 370㎿ 등 국내 1위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설비규모를 증설, 연간 생산능력을 600㎿ 체제로 확대해 연간 2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 가능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프랑스 업체와 합작으로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박막태양전지 공장을 국내에 설립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기로 했다.

공장이 설립되면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결정형과 박막형 태양전지를 모두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STX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TX솔라도 지난해 11월 경북 구미공장을 완공, 올초부터 단결정 태양전지 생산에 들어갔다. 향후 태양전지 수요 증가에 맞춰 각각 60㎿급 규모의 단결정 및 다결정 태양전지 설비를 증설해 총 180㎿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STX솔라는 2014년 단결정 태양전지 300㎿ 생산, 박막형 태양전지 생산 개시를 통해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