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폭로전, 신한 3인방
엎치락 뒷치락, 수렁 속으로 빠지나
2010-10-12 박주리 기자
신한금융지주회사의 단단한 트로이카 경영리더십이 파국에 이르렀다.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소위 빅3(라응찬 회장·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싸움으로 창립 2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 서로 물고 뜯는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승자 없는 패자만이 남는 파국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신한사태의 발단과 그 전망을 알아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7일 저녁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물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라 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의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최근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발목 잡은 ‘박연차 게이트’
지난해 3월 박연차 게이트를 조사한 검찰은 라 화장이 2007년 4월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신한은행 수표로 50억 원을 전달 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사실을 포착하고도 묵묵히 있다 지난해 6월 돈의 용도를 조사하기 위해 라 회장을 소환했다. 차명계좌 논란이 일었지만 라 회장의 해명에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이 문제는 그대로 유야무야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라 회장을 검찰과 긍융당국이 처벌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을 다시 무덤 속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지난 7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다시 제기하면서 그대로 넘기기는 힘들게 돼 버렸다.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금감원은 지난 8월 검찰로부터 자료를 건너 받아 라 회장의 실명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폐기하는 등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도 적발했다.
권력다툼이 사퇴까지
그런데 문제는 금감원이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를 본격 착수하고 며칠 안 된 9월초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사실상 라 회장의 승인 아래, 신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신한금융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까지 뒤흔드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
이 사태는 1인자인 라 회장과 3인자 이 행장이 합심해 2인자 신 사장을 쳐낸 권력다툼이라는 견해가 많다. 특히 앞서 차명계좌건과 맞물려 라 회장 측이 보복의 칼을 뺀 것이라는 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라 회장은 금융실명제 수사의 배후에 신 사장이 있다고 생각해 신 사장을 후계구도에서 배제하려 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즉, 라 회장이 무혐의 받은 금융실명제 내용이 민주당 측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 금감원이 수사 에 착수한 것이 호남 출신인 신 사장이 민주당에 흘린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신한 내부에 돌았던 것이다.
앞서 이같은 신 사장에 대한 고발과 관련 신한지주 이사회는 신 사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신 사장을 고소한 이백순 행장에 대해서도 재일교포 주주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라 회장이 퇴진할 경우 이 행장의 동반퇴진도 확실시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간다면 이전투구하던 ‘빅 3’의 퇴진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벌써부터 금융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후임자가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신한은행 사태는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깊숙한 궁정 음모의 냄새를 짓게 풍기고 있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