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정몽구 - 현정은 현대건설 빅딜설 솔솔

현정은 회장 현대건설 삼킬 비장의 카드 있다

2010-10-12     윤지환 기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정은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비장의 히든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경제전문가와 경제신문 등은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자금력이 현대그룹보다 우위라는 ‘명백한 사실’을 들어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그렇다면 현 회장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것일까. 일각에서 내린 현대차그룹 우세론을 현 회장이 모르고 있을 리 없지만 현 회장은 현대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위해 준비한 카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두 그룹은 그룹 내 최고의 인수·합병(M&A) 전문가를 동원해 정예 인수팀을 꾸리고 현대건설을 인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집안 두 줄기인 두 그룹의 이번 인수전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향후 입지를 결정지을 수도 있어 정 회장, 현 회장 모두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에선 이번 인수전에 대해 “현 회장이 현대그룹의 회장에 오르면서부터 이미 예고 됐던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씨 집안이 일군 현대그룹을 현씨가 차지한 이후 줄곧 현대그룹은 적통성 논란에 시달렸다. 현대그룹의 인사에 대해서도 “현 회장이 정씨 집안 가신을 버리고 현 회장 사람으로 채우고 있다”는 루머가 안팎으로 나돌았다. 동시에 “정씨 집안이 머지않아 다시 그룹을 되찾을 것”이라는 추측이 적지 않았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을 정씨 집안의 현대가 탈환작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건설은 나의 것”

현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은 국민적 호응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TV와 신문광고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광고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자금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대건설 인수 가격은 최근 주가 수준과 30% 정도의 경영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최저 3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그룹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4조 원대를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금성 자산을 4조5000억 원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그룹은 1조5000억 원 가량의 여유자금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금액을 현대그룹이 과연 어디서 끌어올지도 의문이다. 현대가 주변에서는 “현 회장이 유럽 인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재무조건이 좋지 않은 현대그룹에 유럽이 지원해 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현 회장이 모든 카드를 다 들춰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현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도 있다는 말이 적지 않게 나돈다.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그룹의 생사에 중요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현 회장이 무모한 도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현 회장이 현대건설을 두고 비장의 히든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현대가를 중심으로 조용히 퍼지고 있다. 히든카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사 영입과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공격로를 차단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 회장이 인수 예정가를 지금까지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높이려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말하자면 이것이 현 회장의 히든이라는 것이다. 일단 예정가를 높여 인수 확정 도장을 받은 뒤 해외투자사 경영참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뒷일을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회장이 예정가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저돌적인 방법이지만 현 회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실행가능성이 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더 잘살기 위한 인수전이만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인수전”이라며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인수전에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 인수 막바지에 두 그룹이 빅딜을 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빅딜설’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전을 두고 “그 이후가 더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 그룹이 단순히 현대건설이라는 기업 하나만 보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그룹 모두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등 계열사 지분 확보가 이번 인수전의 진짜 목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지분에 따라 현대그룹의 통치권이 누구에게 가는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가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8.3%도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간다.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HMC증권(옛 신흥증권) 인수 때처럼 5500억~6000억 원의 매각대금으로 자금 부담을 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빅딜설에 쏠리는 재계 촉각

이 경우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은 33.8%, KCC와 현대삼호중공업 등 범현대가 지분을 합하면 40%에 육박한다. 현정은 회장 측 현대상선 지분(44.2%)과 불과 4%포인트 차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현대상선, 현대로지엠(현대택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현대그룹이 차지하고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이 갖는 형태의 ‘빅딜’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에 현대건설 포기를 조건으로 현대상선 지분의 우선매수권을 주는 형태의 협상안을 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전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자금난을 겪으며 후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또 현대차그룹이 별도의 건설사를 두고 있음에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되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민기업으로 기억되고 있는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의 여파로 분해될 경우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일련의 협상을 통해 이번 인수전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