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vs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M&A전쟁’

우리홈쇼핑 놓고 ‘결투’ 벌인다

2010-09-28     이범희 기자
M&A시장은 혈연도 없다. 승자만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역시 이를 증명하듯 ‘우리홈쇼핑(현, 롯데쇼핑)’ M&A와 관련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태광의 이 회장은 롯데의 신회장의 조카사위이다. 이회장은 신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의 딸 신유나와 혼인을 맺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회장은 부인의 큰아버지(伯父)인 신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전쟁은 2006년 시작됐다. 당시 롯데가 유통시장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홈쇼핑 인수를 했다. 태광도 우리홈쇼핑 인수를 추진했지만 롯데의 전략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이때부터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홈쇼핑 사업을 놓친 태광은 즉각 롯데에 반격했다. 인수무효 소송을 낸 것. 이 후 양사의 법정소송은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롯데와 태광의 법정 공방내막을 알아본다.

‘돈은 피보다 진하다’

재계에 유산상속 과정 및 사업권을 놓고 가족 간에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족애’는 사라지고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남는 일마저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재계의 골육상쟁, 이른바 혈전(血戰)의 여가는 깊다. 삼성, 현대, 한화, 한진, 롯데, 두산 등에서 한 차례씩 벌어졌다. 그때마다 재계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사돈기업. 이른바 ‘처 백부(伯父)와 조카사위’관계인 롯데와 태광 또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태광은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M&A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24일, 태광산업이 “방송통신위원회가 2006년 12월 롯데쇼핑을 우리홈쇼핑의 최다액 출자자로 변경한 처분은 무효"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태광의 소송 상대는 방통위이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쇼핑을 상대로 최대주주 지위를 무효화하기 위한 것이다.

태광은 “우리홈쇼핑이 보유했던 유원미디어 주식을 자산 총액 3조 원 이상 대기업인 롯데쇼핑이 소유한 것은 방송법에 위반된다"며 “방통위가 롯데를 최대 주주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태광은 2007년 우리홈쇼핑 인수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낸 행정소송의 1, 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번 방통위 제소 건에 대해 태광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롯데쇼핑이 방송법 일부를 위반한 것이 새롭게 발견됐다. 그동안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면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2006년 소송 건과는 또 다른 건”이라고 밝혔다.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것 자체가 2007년 당시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자산총액 3조 원 이상인 대기업은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인수해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홈쇼핑TV 인수전쟁

롯데와 태광의 전쟁은 2006년 시작됐다. 당시 롯데와 태광은 ‘우리홈쇼핑’ M&A전에 뛰어들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롯데는 유통기업의 수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차원에서 우리홈쇼핑의 인수가 절실했고, 지역 케이블을 소유한 거대 MSO인 태광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 시너지효과가 있는 홈쇼핑 인수가 절대적이었다.

2006년 7월 태광은 우리홈쇼핑 주식의 45.0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를 경방에서 태광산업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태광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무렵, 롯데가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2006년 8월 롯데쇼핑이 경방의 우리홈쇼핑 지분을 4667억 원에 인수해 최다액 출자자가 된 것.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롯데는 곧바로 최다액 출자자를 경방에서 롯데로 변경해 출 것을 방통위에 신청했다. 2007년 12월 방통위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경영권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로써 롯데는 우리홈쇼핑의 사명을 ‘롯데홈쇼핑’으로 변경했다.

이후, 롯데와 태광의 ‘M&A전쟁’은 법정소송으로 이어졌다. 태광은 2007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취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1, 2심에서 패소,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태광이 제기한 이번 행정소송의 결과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행정법원이 태광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롯데의 우리홈쇼핑의 최대주주로서 의결권 행사는 제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태광은 2006년 7월 당시의 최다액 출자자 지위를 회복하게 되면서 우리홈쇼핑 경영권 인수의 발판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07년 5월 생긴 ‘롯데홈쇼핑'이라는 브랜드도 쓸 수 없게 돼 롯데홈쇼핑은 다시 우리 홈쇼핑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승리를 해도 상처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MSO인 태광이 지역의 채널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롯데홈쇼핑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의 가족전쟁사 ‘눈총’

재계 일각에선 롯데와 태광의 M&A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MB의 공정한 사회, 상생경영 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특히 혈연으로 맺은 친족(백부와 조카사위)간의 갈등은 국민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롯데의 가족 전쟁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도덕성 추락이 불가피하다. 롯데는 이미 형제간의 갈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과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은 사업을 두고 형제간 경쟁을 벌였었다. 최근에도 신 회장이 라면 사업에 뛰어들면서 신춘호 회장과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라면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롯데공업이 생산했다. 롯데공업은 신격호 회장의 친동생인 신춘호 회장이 설립한 ‘농심’의 이전 이름. 그런데 37년이 지난 올 초 신격호 회장이 라면 사업 진출함에 따라 ‘신격호-신춘호의 형제 간 경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양사의 전쟁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휴화산처럼 언젠가 터질 것이라는 게 재계 일각의 시선이다.

또한 재계에 “유통공룡인 롯데는 최근 M&A시장에서도 공룡으로 성장했다. M&A때마다 롯데가 거론된다. 롯데는 비상장 계열회사가 많다. 일부 계열사 간에 사업이 겹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신격호 회장의 후계구도와 관련 일본롯데(신동주), 한국롯데(신동빈), 그리고 신영자 사장 등의 관계와 계열사 간에 사업 군을 정리하지 못해 어수선하기도 하다. 가족 간의 사업경쟁도 이런데서 비롯됐다. 후계구도와 사업군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경영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