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추석연휴 ‘뭐할까?’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 전략 구상
2010-09-17 박주리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다. 최다 9일간을 쉰다. 긴 연휴로 산업계도 긴 휴가에 돌입했다. 하지만 재계 총수들은 쉽게 쉴 수 없다. 3·4분기 경영실적을 점검하고, 내년도 경영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일부 그룹 총수들은 해외 출장을 떠나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강덕수 stx회장 등은 특별한 일정 없이 성묘 등을 마친 뒤 가족과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 계획이다. 재계 총수들의 추석 계획을 알아본다.
이건희 회장, 추석 일본행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월 20일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은 학위 수여식에 앞서 가족들과 함께 전용기 편으로 출국해 추석연휴를 일본에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와세다대 측은 이 학교 졸업생인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 사회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해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삼성의 ‘인재 제일’ 경영철학이 이 대학이 육성하려는 인재상과 일치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와세다대에서 지난 수년간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이 회장은 거듭 고사하다가 최근 수락했다”며 명예박사 학위 수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00년 서울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2005년 고려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와세다 대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해외 유명 인사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이다. 국내 인사로는 이기수 고려대 총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전 고려대 총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 있다. 이 회장은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창업주)의 권유로 와세다대에 입학했다. 그는 지난 1965년 이 대학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수여식이 끝난 뒤에는 시라이 가스히코 와세다대 총장 등 이 학교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일본 재계와 학계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일본 방문에는 부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가족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몽구 회장, 글로벌사업 점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명절을 포기하고 글로벌 경영에 나선다.
정 회장은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식 참석차 전용기를 타고 러시아로 출국했다.
러시아 시장 수입차부분 점유율 1~2위인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통해 동유럽 공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준공식은 정 회장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준공식에는 러시아 정치 실세인 푸틴총리가 참석해 현대차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동유럽 공략의 교두보가 될 만큼 연휴 중간임을 불구하고 (정 회장이)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며 “현지 시장상황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글로벌 경영현장 방문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부회장은 러시아에서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후 프랑스 파리 모터쇼로 향하는 강행군을 펼칠 예정이다. 현장을 중시한 경영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정몽구 회장을 이어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 글로벌 전략 추진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CEO들은 추석연휴 동안에도 글로벌 경영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 민계식 회장, 이재성 사장, 오벽욱 사장을 비롯한 각 사업본부장급들은 추석연휴 기간을 전후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 현대중공업 해외 법인과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해외 현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주재원들을 격려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에서 탈피, 태양광 등 녹색성장산업 등으로 사업군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해외 현장 방문도 이에 일한인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경영 잠시 접고 가족경영
총수들의 하루는 25시에 비교된다. 그 만큼 바쁘다는 뜻이다. 때문에 가족에게조차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
이번 9일간의 긴 휴가동안 국내에서 가족과 지내며 ‘가족경영’을 하면서, 하반기 전략 구상에 몰두하는 총수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다. 특히 김승연 회장은 재계에서도 알려진 만큼 가족 사랑이 돈독하다.
김 회장은 해외일정을 마치고, 지난 9월 16일 귀국해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고 있다. 추석전 까지 김 회장은 많은 해외 일정을 소화해 냈다.
김 회장은 지난 8일 중국 항저우시로 출장을 떠나 짜오홍쭈 저장성 당서기와 면담을 가졌다. 한화그룹과 저장성 간 상호 협력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이다.
면담을 마치고 일시 귀국한 김 회장은 잠시 국내 일정을 소화한 후 9월 14일 다시 중국 톈진으로 출국, 이틀간 열리는 하계 톈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김 회장은 포럼에서 세계 저명인사들과 국제 경제 상황들에 대한 의견은 나누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휴식과 함께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전망이다. 추석 차례를 지낸 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고 최종현 회장 가묘를 찾아 성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고 최종현 회장은 유언으로 화장을 지시해 가묘를 만들었다. 새로운 장묘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 성묘와 집안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최근 경영화두인 지속성장을 위한 저탄소·친환경 그린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예년과 같이 추석 연휴기간에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한 경영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용현 두산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등도 국내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며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할 방안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