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②] ‘국민건강 빨간불’ 소비재 둘러싼 유해물질 검출 논란
침대‧생리대에 온수매트까지…“피해자 구제 지침 명확해야”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018년 소비재의 주요 이슈는 유해물질 검출 논란으로 요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대, 생리대에 이어 온수매트까지 라돈을 비롯한 물질이 검출되거나 기준치를 초과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높였다.
논란 후 안전성 검증 받아도 ‘재구매’ 이어지기 힘들어
올해 소비재 시장은 지난해 생리대 파동에서 시작된 유해물질 논란이 범 소비재 영역으로 확산된 모양새다.
발단은 지난 5월 대진침대가 판매하는 제품에서 다량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부터다. 라돈은 국제암연구기구(IARC)로부터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당시 2회 조사에 걸쳐 대진침대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 대비 최고 9.3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수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라돈이 검출된 제품을 사용하며 자녀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해당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공론을 거치며 높아진 불안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침대 관련 소비자 상담은 지난해 동월 대비 384%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동월 대비 전체 소비자 상담이 7.3% 감소한 것과 비교했을 때 폭증한 수치다.
“업계 전체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
한 차례 파동 후 잠잠했던 생리대 업계에서도 유해물질 논란이 재점화 됐다.
지난 10월 한 종편방송은 유기농 생리대로 인기를 끈 업체 오늘습관의 생리대 라돈 검사를 진행한 결과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수치로 봤을 때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검출된 양 보다도 높다.
당시 오늘습관 측은 “언론 보도 수치는 저가 라돈 측정기 ‘라돈아이’로 측정한 수치”라고 반박했지만 고관여 제품인 생리대 특성상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오늘습관 사태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데 이어 시중 제품보다 높은 가격, 과잉 홍보 등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오늘습관의 생리대 제조 공장을 찾아 원료입고‧상품출고 등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대형 생리대 업체 관계자는 “라돈이라는 물질이 환경에 따라 특수하게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검출되는 등 차이가 있지만 생리대는 안전에 민감한 제품인 만큼 기준치를 초과하는 지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세기업의 시장진출을 막고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3월 깨끗한나라의 제품 릴리안이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기화합물 검출 논란 이른바 ‘생리대 파동’을 빚었다. 식약처가 해당 제품을 검사한 뒤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진행되면서 회사는 급격히 쇠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식약처가 ‘우리나라 생리대는 모두 안전하다’고까지 말했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안전에 극히 민감한 제품인 만큼 작은 오명도 크게 부풀려질 수 있고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시장은 대형업체의 과점 구도를 벗고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의 길을 걸었지만 이번 오늘습관 사태로 일각에서는 업계 전반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생리대 업체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의 점유율이 줄고 다양한 중소 업체들의 제품이 신뢰를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늘습관) 논란이 지속될 경우 생리대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경각심 높여야”
최근에는 보일러업체의 온수매트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제품을 회수하는 일도 발생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3일 환경호르몬 유발물질인 ‘프탈레이드’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제품 7690개에 대해 전량 회수 조치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슬림매트 원단을 제조한 협력업체에서 잔류 프탈레이트를 제거하는 공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며 문제가 되기 전 자발적 회수 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품이 출시되기 전 예방을 위한 점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내부 차원의 신중한 절차가 미흡했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제품 결함에 대한 검증을 출시 이후 단행했으며 해결책 역시 사후조치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연이은 유해물질 검출 논란에 대해 기업의 경각심 제고와 함께 피해의 명확한 구제 방침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는 상황.
최근 대진침대는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위자료 30만 원 지급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누리꾼들은 “대진침대는 죄 값을 받아야한다”, “소송당하고 불매운동을 해야한다” 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재의 경우 일단 사태가 발생하면 안전성을 검증받아도 재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 치명적”이라며 “집단소송제도 도입 등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