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경영능력 추락
신사업 실패로 구조조정 불가피
2010-09-14 박주리 기자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의 리더십이 위기다. 박 사장은 부친 박승복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고 올해로 12년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이 야심차게 진행했던 신사업들이 실패하면서 경영에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주력사업인 간장시장에서도 경쟁사의 맹추격에 눌려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 회사 안팎으로 구조조정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위기를 맞은 박 사장의 경영 능력을 알아본다.
2010년 상반기 실적을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샘표식품의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소폭 늘어났다. 반면 33억 4000만 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샘표식품은 지난 2008년 10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폭 감소한 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업실적에서 적자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 실적이 급 추락했다. 샘표식품 창립 64년 만에 적자 위기를 맞아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샘표식품의 실적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전체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식품시장에 성장성이 미비한 품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성장 발목 잡는 신사업 품목
부친 박승복 명예회장으로부터 1998년 경영권을 승계 받은 박진선 사장은 식품사업을 다각화했다.
샘표는 주력제품 간장을 비롯해 된장, 고추장, 쌈장, 국수 등의 제품을 개발, 출시했다. 하지만 경쟁사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샘표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했기 때문에 적자를 봤다”며 “지출에 비해 매출은 늘지 않아 경영적자를 기록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된장, 고추장, 쌈장은 CJ와 대상이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형이 확장되기 보다는 정체 또는 유지되는 시장이라 후발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다. 때문에 후발주자인 샘표가 시장점유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샘표는 국수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1000억 원 규모의 국수시장은 오뚜기가 점유율 약 6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 샘표는 시장점유율 8%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또한 소금, 통조림, 차류, 서양소스 ‘폰타나’, 건강발효흑초 ‘백년동안’ 등 샘표의 다른 신사업 제품들 또한 경영성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샘표의 경영 위기는 주력제품인 간장시장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샘표가 유일하게 실적을 내고 있는 간장시장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간장시장의 70%를 장악했던 샘표식품의 점유율은 50% 미만으로 빠른 감소세를 보였다. 거기에 대형 식품기업 대상의 추격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샘표의 간장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49.6%에서 올해 48.8%로 소폭 하락했다. 그에 비해 대상은 지난해 20.6%에서 올해 23.1%로 상승했다.
구조조정설, 3세 경영 한계?
샘표는 창업주 고 박규회 사장에 이어 박승복 명예회장, 박진선 사장까지 3대에 걸쳐 경영권을 이어왔다.
문제는 실적부진과 함께 박진선 사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자칫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샘표주식을 보유한 해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부실의 원인인 신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샘표는 2006년 한차례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실적저하가 문제가 될 때마다 경영권분쟁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6월 현재 2대 주주인 마르스제1호사모투자전문회사(마르스1호)가 보유하고 있는 샘표식품 지분은 29.9 7%다. 최대주주인 박진선 사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33. 86%와 지분율 차이가 약 4%미만 밖에 되지 않는다.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논란이 일어날 경우 박 사장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관해 “주력사업인 간장과 연계성이 적고 이질적인 브랜드인 마른안주 ‘질러’, ‘폰타나’, 통조림 사업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주력사업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