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CEO전쟁 내막
No1 라응찬 회장, No2 신상훈 제거 의혹
2010-09-07 우선미 기자
신한금융지주회사(이하 신한)가 내홍에 빠졌다. 지난 9월 2일, 신한은행은 전 은행장이었던 신상훈 現 신한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한 측은 그 명분으로 ‘내부 비리 척결’과 ‘조직 환골 탈퇴’를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라응찬 신한 회장이 반역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의 혐의에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신한의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과 신한은행 직원 7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 사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 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채무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대출은 경기도 파주 금강산랜드 시설자금이다. 신한은 이밖에 고소장에 “루머 확인 차원에서 밝혀진 또 다른 15억여 원의 횡령 혐의도 발견했다”고 적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직이 스스로 내부 비리 척결과 조직의 환골 탈태의 모습을 보이자는 입장에서 전임 은행장을 포함한 직원들을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 사건은 ‘신한의 후계 구도 갈등이 표출된 사례’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 측이 불과 얼마 전까지 은행장을 지냈고, 현재는 신한의 2인자인 사장을 직접 고소한 것은 우리나라 은행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 사건의 이해를 위해선 신한의 지배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신 한 때는 황금콤비?
한 마디로 말해 이번 사건은 올해 4연임에 성공하면서 최고경영자(CEO)만 20년 가까이 맡고 있는 신한의 지존 라응찬 회장과 신 사장과의 양보할 수 없는 권력다툼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을 20년 이상 보좌하면서 신한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그룹의 2인자이자 얼마 전까지는 라 회장의 오른팔이었다. 그 동안 외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라 회장의 권력이 신 사장에게로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신 사장은 라 회장 못지않게 금융계의 신망이 두터웠고, 은행 발전의 공로는 결코 라 회장 못지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문제의 발단이 터진 것은 지난 4월경. 당시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회의 주성영 의원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부터다. 주 의원은 갑자기 ‘박연차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연차 사건 발발 당시 라 회장의 돈 50억 원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된 계좌(차명 계좌)에서 박 회장에게 전달됐는데 왜 수사를 안했냐는 것이었다. 주 의원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사람이 어떻게 금융계 수장의 자리를 그렇게 오래도록 지킬 수 있느냐”고 파고 들었다.
당시 신한은 외풍에도 꿈쩍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국내 은행 중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크고, 외국 주주들의 신뢰도가 가장 큰 튼실한 기업. 라 회장의 리더십도 여전히 공고했다.
하지만 주 의원의 발언 전, 내부에서는 이미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라 회장의 후계자로 대내?외에 알려졌던 ‘신 사장이 과연 라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되며, 신 사장 흠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이에 라 회장도 20년 지기 신 사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융계에서는 “라 회장과 신 사장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박연차 사건 당시, 신 사장은 온 몸을 던져 라 회장 구하기에 급급했었다. 그럼에도 라 회장이 반대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신 사장에게 섭섭한 소리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반역자(?) 신 사장을 제거하라?
이런 상황에서 주성영 의원이 다시 그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 파고들자 라 회장은 ‘이 상황은 버려질 위기에 처한 신 사장이 기획한 것’이라며 정면 대결의 칼을 뽑아들었다. 주 의원의 발언은 신한의 내부 정보 제공자나 사주 없이는 불가능하며, 가장 유력한 정보 제공자는 신 사장이라는 판단 하에서다.
실제 신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이어서 라 회장이 그 때까지 회장 자리를 물려주지 않거나 연임을 시키지 않으면 신 사장은 ‘백수’가 될 상황이었다.
라 회장이 칼날을 보이자 신 사장도 2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라 회장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신 사장의 950억 원 대출비리 및 횡령 혐의가 튀어나왔다. 때문에 신한은행은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혐의를 잡았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권력 다툼’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검(檢)의 칼을 빌려 2인자를 제거하려 했다는 추정이다. 이에 신한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든 대출은 은행과 무관하게 여신관리위원회를 통하기 때문에 은행장의 압력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검찰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한의 이미지는 먹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사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 사장과 신한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게 된다. 반면 신 사장이 무혐의로 판결이 나면 이를 주도한 세력도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며, 신한의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KB금융처럼 외부 인사가 수혈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외부에 공개해 신한의 평판을 깨뜨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