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라응찬 회장 vs신상훈 사장 전쟁 ‘2라운드’
라응찬 ‘칼’이 신상훈 ‘방패’에 당했다
2010-09-13 우선미 기자
신한금융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위기로 치닫고 있다.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신상훈 사장을 배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른바 No1과 No3가 합세해 No2를 제거하는 행태였다. 라·이의 칼날이 선 공격에 신은 방패전략으로 맞섰다. 칼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신한금융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고소전날 4만6200원이던 주가는 이틀만에 4만3950원으로 뚝 떨어지더니, 8일 4만 230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1일 21조9000억 원이던 시가총액은 8일 기준 20조586억 원으로 1조800억 원 가량이나 줄어들었다. 뿔난 주주들은 주가하락 책임을 라·이에게 물었다. 칼과 방패의 싸움은 주주들의 반기로 역전될 상황이다. 3인 공동 퇴진설이 바로 그것. 금융계가 염려했던 최악의 ‘공멸’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위기의 신한금융 사태를 진단해 본다.
금융계 성공신화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지난 9월 2일, 신한은행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신한은행 측은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이 정확히 950억 원대에 이르는 대출 비리를 발견했다”면서 신 사장을 비롯한 직원 7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소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감춰져 있던 경영진 내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라응찬 회장을 필두로 내부 비리 척결과 조직 환골 탈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는 “라응찬 회장이 제2인자인 신상훈 사장을 제거하기 위한 권력 다툼 일환”이라는 설명이 우세했다.
라·이의 신상훈 제거 작전은 주가하락, 일본 대주주들의 반발로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신한노조도 지난 9월 3일 “신 사장의 임기는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며 신사장 해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신한카드 노조와 금융노조도 여기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하며 사태는 점차 극으로 치닫게 됐다.
이뿐 만이 아니다. 라 회장의 힘의 원천이었던 재일동포 주주들의 태도도 변했다. 신한지주의 17% 주식을 가지고 있는 5000여 명의 재일동포 주주들은 그 동안 라 회장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고소사건 이후 라 회장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들은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며 라 회장에 대한 냉랭한 시선을 보냈다.
‘내분사태’의 주역인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3명의 동반퇴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에서 염려했던 최악의 ‘공멸사태’가 현실화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 사람의 거취에 대한 사실상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은 9월 9일, 일본 나고야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간친회(옛 공헌이사회)에서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현안을 결정하고 이에 따른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사회 안건에는 3명의 신임(퇴진) 여부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세 사람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세 사람이 동반 퇴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 이사회에서 세 사람의 동반 퇴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사외이사들은 라 회장과 이 행장의 유임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이 불신임을 표시하면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3인이 동반 퇴진할 경우 신한금융은 경영권 공백사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신한은행장은 내부 승진, 회장은 외부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황급’ 라-이 라인 vs ‘여유’ 신 라인
결국 라 회장의 신 사장 제거 작전은 실패했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유임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한 신뢰도 추락으로 입지 변화가 예상된다. 때문에 승승장구하던 라 회장의 금융계 성공신화는 끝났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신한의 내부 인사는 “탄탄한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로 칭찬을 받던 신한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 라 회장의 참혹한 배신에 일본 주주들에 불신이 커졌다. 라 회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그 동안 절대 권력으로 군림했던 라 회장의 금융계 성공신화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외부에서 바라보는 라 회장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다. 라 회장에 대한 불만과 신 사장에 대한 동조론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No1과 No3의 협공에 배신당한 신 사장에게 인간적인 동조이다. 특히 라 회장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 하다.
지난 9월 9일, 일본 주주들을 만나러 가는 일본행 비행기에서 3인의 관계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3인은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라 회장과 이행장이 같은 자리를, 신사장이 다른 자리에 앉았다. 서로 안면을 외면했다. 서로 간의 갈등의 골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절대 권력을 휘둘러온 라 회장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 특히나 ‘최측근 하나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부하 제거를 위해 기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점’이 그의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남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사장 해임안이 임시이사회에 상정돼 라 회장의 뜻이 관철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라 회장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